SK(주) 그린메일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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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버린자산운용이 추천한 SK(주) 이사 후보 5명은 지난 6일 서울 메리어트호텔에서 소액주주들과 간담회를 갖고 "시가보다 낮은 가격이라면 소버린 보유 지분을 SK(주) 자사주로 매입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는 이들 후보가 SK(주) 이사로 선임된다면 SK(주) 자금으로 소버린에 막대한 투기차익을 보전해줄 수도 있다는 의미로 해석돼 주목된다.
SK그룹은 이같은 발언에 대해 "이는 소버린의 경영권 장악 및 그린메일 의도를 확고히 드러내보인 것"이라며 "소버린의 경영권 장악 의도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기업지배구조 개선이라는 명분만 믿고 있는 이사 후보들의 인식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반발했다.
한승수 국회의원, 김진만 전 한빛은행장, 조동성 서울대 교수, 남대우 전 가스공사 사외이사, 김준기 연세대 교수 등 소버린측 이사 후보들은 이날 소액주주와 간담회를 갖고 주총에서 소버린측을 지지해 달라고 호소했다.
이들은 특히 △최태원 회장의 퇴진 △SK텔레콤 등 계열사 매각 등 주요 사안에 대해 소버린과 비슷한 입장을 밝혔다.
특히 김 교수는 "소버린이 시가보다 헐값에 팔고, 주가를 안정시키는데 도움이 되리라는 판단 등 두 가지 조건이 충족된다면 소버린 보유 지분을 자사주로 매입할 수 있다"고 밝혔다.
SK는 이에 대해 "경영권 장악 의도가 명백해졌다"며 강력 반발했다.
SK는 "소버린이 추천한 이사 후보들이 SK㈜의 CEO 교체 의사를 분명히 한 것은 적대적 인수합병(M&A) 의도를 명백히 드러낸 것"이라고 지적했다.
SK는 특히 "SK텔레콤 지분 매각 입장과 소버린 보유 지분의 자사주 매입 방안 등을 거론한 것은 소버린이 SK㈜ 이사회 장악 후 에너지ㆍ화학과 정보통신을 근간으로 한 SK그룹의 사업구조를 파괴하겠다는 것"이라며 "또 지분 매각마저 SK㈜의 자사주 매입 형태로 처리하겠다는 속내를 내보였다"고 주장했다.
SK측은 "소버린이 펀드로서 정당한 주주활동의 범위를 이미 넘어섰다"며 "소버린은 이제 전체 주주들 앞에 그들의 실체와 진의가 무엇인지를 명백히 밝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병일ㆍ정태웅 기자 k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