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 1등산업으로 키우자] (5) 건설비리, 외국은 어떻게 극복하나
입력
수정
부정과 비리를 막는 것은 시스템이다.
선진국이라고 해서 건설 관련 비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선진국은 부패방지법 등 시스템으로 건설비리를 극복해나가고 있다.
선진국의 경우 완전한 시장경제 기능을 도입함으로써 생산방식에 대한 정부 규제를 폐지,비리의 소지를 없앴다.
대신 계약위반,부정·비리사건 등의 사건이 발생하면 그 책임을 무겁게 묻는다.
즉 규제를 줄이되 처벌은 강화하는 방식이다.
건설비리는 대부분 국가들이 독립적 반부패기구들을 통해 감시한다.
특히 미국에서는 부패방지를 위한 수많은 감사기관이 움직인다.
내부에서 회계감사를 하는 기관도 있고,의회 소속의 감사원(GAO)은 사업에 대한 감사를 수행하기도 한다.
조달기관에는 대통령이 임명한 감사관이 있어 부패 혐의가 있는 사건을 법무부나 검찰에 고발하기도 한다.
또 부패 관련자와는 계약을 중단하고,성공적으로 계약을 이행한 뒤라도 계약금액을 모두 회수한다.
뿐만 아니라 한차례라도 비리에 연루된 업체는 모든 연방조달사업의 입찰참여를 금지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발주기관이 부패혐의 회사의 모든 비용이나 가격산정 자료를 요구할 수 있는 권한도 부여하고 있다.
한마디로 부정이나 비리에 연루될 경우 해당사건에 대한 형사처벌은 당연하고,이후에도 건설시장에서 발을 못 붙이게 하고 있는 것이다.
아시아에서는 홍콩과 싱가포르 등이 반부패정책을 효과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실질적 권한을 가진 독립적 반부패기구 설치와 투명한 정보공개 관행,내부고발자 보호 등이 잘 운영되고 있다.
지난 40∼50년대 극심한 부패를 겪은 싱가포르는 부패행위조사국(CPIC)을 통해 건설비리의 늪에서 벗어났다.
CPIC는 공무원은 물론 민간인까지 수사할 수 있다.
여기에다 부패행위방지법(PCA)과 부패재산압류법(CA)을 통해 비리에 걸리면 재기불능 상태에 빠질 정도로 강력하게 처벌한다.
홍콩에서도 지난 74년 부패사건 전담 독립기구인 염정공서(廉政公署·ICAC)를 설립,건설비리를 뿌리뽑도록 했다.
최근엔 건설산업의 부패방지 종합대책으로 '건설산업 부패방지 패키지'를 만들어 비리행위를 구체적으로 적시하고,이에 대한 예방대책까지 규정해 놓고 있다.
한편 선진국에서는 공공사라고 해서 무조건 공개경쟁입찰로 발주하지 않는다.
발주기관과 기술공무원의 판단에 따라 입찰방식을 결정한다.
이로 인해 공사발주의 적정성이 높아지고 국가예산도 절감되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
선진국에서는 대신 공사발주 담당 공무원을 전문화시키는가 하면 급여도 높게 책정,비리의 유혹에서 벗어나게 하고 있다.
전문직 공무원의 직업윤리에 대한 신뢰가 정립되지 않은 국가일수록 대체로 '형식적 공개경쟁입찰'을 선호한 것과 대비되는 대목이다.
이상호(한국건설산업연구원 정책동향연구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