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주택기금 '덤핑수수료' 입찰 .. 운용 증권사들

증권사들이 국민주택기금 운용권을 따내기 위해 '덤핑 수수료'를 제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건설교통부가 국민주택기금의 운용증권사 선정과정에서 수수료를 주요 기준으로 제시했기 때문이다. 9일 건설교통부와 증권업계에 따르면 삼성 대우 굿모닝신한 우리 대투 등 국민주택기금 운용사로 선정된 5개 증권사는 국민주택기금으로부터 연간 0.08∼0.21%의 수수료만 받기로 했다. 2천억원의 자금을 배정받을 경우 증권사는 자금을 굴려주는 대가로 연간 1억6천만∼4억2천만원의 수수료를 받는다는 얘기다. 이는 증권사가 일반인들에게 부과하는 수수료의 10분의1 수준에 불과하다. 삼성증권은 펀드형랩의 수수료로 연간 0.8∼1.6%의 수수료를 받고 있으며 대우증권의 펀드형 랩 수수료는 연간 1.5∼2.0%다. 이 정도의 수수료는 이익은커녕 역마진이 우려된다는 게 증권업계의 지적이다. 국민주택기금 자금은 펀드형 랩에 가입되기 때문에 자금이 펀드(수익증권)에 재투자된다. 펀드는 증권사가 아닌 투신운용사(자산운용사)가 운용하기 때문에 증권사는 투신운용사에 수수료를 다시 지급해야 한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투신사 수수료에다 인건비 마케팅비용 등을 감안했을 때 사실상 적자가 불가피하다"고 털어놨다. 증권업계는 국민주택기금이 '덤핑 수수료 입찰'을 사실상 유도했다고 입을 모은다. 증권사 선정 과정에서 수수료에다 상당히 높은 가중치를 부과했기 때문에 저가 입찰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는 얘기다. 모 증권사 고위임원은 "국민주택기금이 자금운용의 질보다는 가격에 집착하는 것 같다"며 "이는 결과적으로 성과의 질 하락을 몰고 올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건교부 관계자는 "공공자금을 운용하면서 수수료를 최대한 아껴야 할 입장"이라고 말했다. 국민주택기금은 이달말께 1조원의 자금을 5개 증권사에 배정한뒤 성과를 봐가며 1조원의 자금을 추가배정할 계획이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