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열풍 오래 못갈 것 같아서요" .. 농경제과 입학 황준상씨

이공계 기피현상과 의대·한의대 열풍이 맞물리면서 생긴 '의대 쏠림현상' 속에서 다니던 의대를 그만두고 농경제학도의 길을 걷는 학생이 있어 눈길을 끈다. 아주대 의대 본과 2학년을 마친 황준상씨(23)는 올해 서울대 농생대 농경제사회학부 신입생으로 입학했다. 1998년 충남고를 졸업한 황씨는 문과를 졸업했지만 아주대 의대에 교차지원해 의사의 길에 뛰어들었다. 그는 의사와 약사 부모 아래서 자라 진로에 대해 별 고민을 하지 않은 채 의대를 선택했지만 의학도의 길이 적성에 맞지 않음을 깨달으면서 고민하기 시작했다. 결국 의대 본과 2학년을 마치고 수능을 다시 치러 평소 관심이 많던 농업경제를 전공하기로 결정했다. 황씨는 10일 "주위 친구들은 모두 미쳤다면서 저를 만류하더군요. 그러나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아야 하는 게 아니겠습니까"라고 너털웃음을 지었다. 그는 최근의 의대 열풍에 대해 "시류에 편승한 일종의 붐인 것 같다"며 "의료 개방이 이뤄지면 의사가 갖는 프리미엄이 적어지면서 거품도 어느 정도 꺼질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전에 특정학과 인기가 높아지면서 수험생들이 몰리는 현상이 종종 있었으나 시간이 흐르면서 차츰 진정 기미를 보였듯 의대·한의대 쏠림 현상도 오래 가지 못한다는 게 황씨의 생각이다. 그는 농경제학을 전공해 국제 기구에서 한국 농업을 위해 일하거나 농업 정책분야에서 전문성을 살리겠다는 꿈을 갖고 있다. 최규술 기자 kyus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