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포퓰리즘의 악순환을 경계한다..尹桂燮 서울대 <교수ㆍ경영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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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퓰리스트 경제정책은 악성 종양과 같다.
서민들의 인기를 얻기 위한 경제 정책이 오히려 서민의 삶을 더욱 곤궁으로 내모는 역설에도 불구하고 한번 발을 들여놓으면 쉽게 헤어 나올 수 없다.
포퓰리즘정책의 악순환은 세단계로 이루어진다.
우선, 정치가들은 자신들이야말로 다수 국민들 편에 서 있다고 주장하며, 곤궁의 원인은 소수의 '있는 자들' 때문이라고 선동한다.
장기 국가 재정의 건전성과 성장 잠재력 배양은 뒤로 한 채 인기 위주의 정책들을 남발하며 지지를 확보한다.
포퓰리스트 경제정책에 대한 비판은 기득권층의 마지막 저항이라고 몰아붙인다.
여론형성 기관에 포진해 있는 식자층들은 수구 세력의 음해 공작만 막아낸다면 장밋빛 미래가 펼쳐질 것이라고 목청을 돋운다.
다음으로 집권 후에 중산층이 몰락하고 빈곤층의 수가 늘어난다.
일자리를 창출해야할 기업가들이 날마다 특권층으로 비판을 받는 상황에서 투자의욕을 잃었기 때문이다.
대안으로 국가와 공공부문의 고용을 늘리겠지만, 이는 중장기적으로 재정을 악화시키고 국가부문의 효율성을 떨어뜨리는 부작용을 낳아 경제를 더 깊은 나락으로 떨어뜨린다.
마지막으로 경제정책의 실패는 역설적인 정치적 결과를 낳는다.
포퓰리스트 정치가들에게 빈곤층의 증가는 위기가 아니라 기회다.
자신들의 고난을 만들어낸 원인을 잊은 채 가난과 실업에 지친 절대 다수의 국민들은 포퓰리스트적 수사와 정책에 쉽게 현혹되기 때문이다.
이들은 현재의 고난은 모두 특권층 때문이고 이 구조만 무너뜨리면 풍요와 평등의 지평이 열려질 것이라는 주장을 선뜻 받아들인다.
다시 포퓰리스트 정치가들에게 권력을 안겨준다.
총선을 앞둔 현재 우리 사회에도 포퓰리즘의 악순환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눈에 띈다.
먼저 빈곤층이 급속히 늘고 있다.
KDI에 따르면 2003년 현재 무직자 가구는 2백69만여 가구에 달한다.
이는 전체 가구 중 18.8%에 이르고 1996년에 비해 두 배 가량 늘어난 수치다.
또 전체 가구 중 근로자 가구 비중도 동기간 61.9%에서 55.3%로 크게 감소했다.
최근 여론 조사에 따르면 우리 국민들은 계층이동의 가능성과 관련,일생 동안 노력할 경우 자기 세대에서 경제 사회적 지위가 높아질 것이라고 답한 경우가 10명 중 3명에 그치고 있다.
둘째,포퓰리스트 정책과 정치를 펴려는 징후들이 보인다.
4·15 선거에 맞춰 재원 확보 가능성 여부조차 불투명한 각종 단기·선심성 정책들이 양산되고 있다.
부동산시장의 과열을 막는다면서 수시로 신도시 사업들을 공언하고 실업문제는 공공분야의 고용 확대를 통해 해결한단다.
지지층을 이반시키지 않으려는 노력도 눈물겹다.
끈질긴 노력 끝에 이루어진 노·사·정 협의의 장을 박차고 나간 강경노조.그러나 정부는 어떻게 그들을 설득할 것인가를 고민하기는커녕 비난 성명 하나도 내놓지 않았다.
셋째, 포퓰리스트 정책들은 정치적 효과를 발휘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부에서 인기영합 정책들을 경계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일자리 약속에 들뜬 젊은 유권자들과 우리 지역도 발전할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를 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야당의 무력화도 크게 일조했다.
정부 여당의 경제 정책을 비판하며 대안적 비전을 제시해야 할 야당은 내분에 휩싸여 있다.
대안을 제시한다고 한들, 정경 유착의 어두웠던 과거가 드러나는 현 시점에서는 특권층을 위한 정책으로 치부되고 말 것이다.
이러한 상황은 대단히 우려스럽다.
남미와 같이 자연자원이 풍부하지도 않고, 중국이나 인도와 같이 양질의 저렴한 노동력을 공급할 수도 없는 것이 우리 현실이다.
전 국민이 총력을 기울여 보다 작고도 효율적인 정부를 만들고 기업가들의 투자 의욕을 고취한다고 하더라도 장래가 불투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포퓰리즘의 악순환이라는 길고도 어두운 터널의 초입에 서 있는 듯하다.
kesopyun@sn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