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정치' 없는 정치
입력
수정
정치의 본질이 '대화와 타협'이지만 힘의 대결 속에서 뒷전에 밀렸다.
노무현 대통령과 야당은 양보없이 극단적인 대결로 일관했다.
결국 몸싸움과 경호권 발동이라는 최악의 상황에서 탄핵안은 가결됐다.
3류정치라는 우리정치의 현주소를 그대로 보여준 것이다.
탄핵정국은 노 대통령이 지난 2월 24일 방송기자클럽에서 "국민들이 열린우리당을 압도적으로 지지해줄 것을 기대한다"고 밝힌 게 발단이었다.
이에 야당이 강력 반발했다.
그러나 노 대통령은 "법위반을 한 적이 없다"고 맞섰다.
이후 노 대통령과 야당은 힘겨루기를 계속했고 야당은 노 대통령에게 지난 3월7일까지 사과와 함께 재발방지를 요구했다.
노 대통령이 사실상 거부하자 9일 국회에 노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발의했다.
공식적인 입장표명을 삼가던 노 대통령은 이틀 후인 11일 기자회견을 갖고 야당의 요구를 수용할 수 없다며 야당을 정면 반박했다.
이에 야당은 탄핵안의 강행처리를 다짐했고 12일 새벽부터 힘으로 밀어붙이기 시작했다.
물리적 충돌사실이 가시화되자 노 대통령은 이날 오전 "국민에게 송구스럽다"고 유감을 표했다.
그러나 한나라당과 민주당 자민련 등은 "사과는 11일 회견에서 했어야 한다"고 반박하고 강행처리입장을 거듭 확인했다. 너무 늦었다는 주장이다.
이후 국회 본회의장은 전쟁터를 방불하는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고함과 야유 속에서 투표는 일사천리로 진행됐고 탄핵안은 가결되기에 이렀다.
야당과 청와대측은 탄핵정국에 대해 책임을 상대측에 돌리고 있다.
대통령이 사과를 하면 탄핵안을 내지 않겠다는 야당이나 탄핵안을 먼저 취하하면 사과할 수 있다는 노 대통령의 입장 어디서도 정치는 없었다.
오기만이 판을 치고 있다.
국민은 정말 피곤하다.
이재창 정치부 기자 lee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