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부모와 친구하기 .. 변도윤 <서울여성플라자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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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도윤
"신발도 가지런히,그리고 옷을 벗으면 잘 정돈하라"는 등의 부모님의 잔소리와 "여자가 무슨,여자는 그렇게 하면 안된다"는 할아버님의 보수적인 가르침을 맏딸인 나는 다른 형제들보다 많이 듣고 컸다.
어느덧 잔소리를 해야 할 나이가 되고 보니 부모님 생각이 자주 난다.
팔십이 되시던 작년 2월 아버님은 내 곁을 떠나셨다.
출근길 아버님 임종 소식에 벅찬 슬픔과 함께 "아버지 미안해요"란 마음이 가슴 아프게 밀려왔다.
외출이 자유롭지 못하셨던 아버지는 말년에 딸이 자주 와서 세상 돌아가는 얘기 나누기를 원하셨다.
내 사회활동에 대한 얘기를 들으시며 당신께서 평생 해오셨던 훈장으로서의 학교생활,사회생활의 경험을 바탕으로 조언하기를 즐기셨다.
어렵게 모시고 외출해서 조용한 식당이나 카페라도 가면 연애시절의 청년처럼 즐거워하셨다.
남존여비,가부장적 사고 등으로 논쟁의 대상이 되기도 하셨던 아버지였지만 바닷가에 가보기를 원하셨고,강변고수부지에서 장시간 앉아 추억에 잠기기도 하셨다.
그렇게 소박한 즐거움을 자주 대접해 드리지 못했던 게 후회스럽다.
글쎄,누구든 인생에 있어서 가장 큰 후회 중 하나는 부모 사랑에 대한 부족한 보답이 아닐까.
좋을 때는 좋아서,어려울 때나 슬플 때는 어렵고 슬퍼서 더더욱 부모님 생각이 난다.
하지만 늘 핑계를 생각하고 애써 자신을 합리화하고,자신을 이해하는 쪽으로 마음을 접게 된다.
부모에게 할 수 있는 최소한의 노력은 친구가 되어드리는 일이 아닐까.
자주 곁에 다가서서 무슨 이야기든 서로 들어줄 수 있고,의논하고,알려드리고 함께 생각하려는 노력 말이다.
되도록 주말이면 혼자되신 어머님을 뵙고 많은 이야기를 하려고 노력한다.
그러나 여전히 그 쉬운 듯한 일을 하지 못하는 때가 많다.
요즘 사회 기본을 흔드는 문제들이 많이 일어나는데 부모의 자식 사랑,자식의 부모 사랑에 대한 가치판단기준이 흔들리는 데서 파생되는 것은 아닐까.
이제 우리나라는 노령화 사회로 진입했다.
부모의 문제는 곧 내 자신의 문제이기도 하다.
부모를 친구하려는 마음을 갖는 것은 꼭 필요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