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혜휴양지 '사이판'] 로타에 '24시간 쉼표'를 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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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변에서 지내는 동안 사람들은 먼저 벗어 던지는 기술을 배우게 된다.얼마나 많이 가져야 하는가가 아니라 얼마나 적게 지니고도 살아갈 수 있는가를 배운다.먼저 옷이다.얼마나 홀가분한가! 그러면서 사람들은 옷만이 아니라 허식까지 벗어 던진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앤 모로 린드버그의 '바다의 선물'중에서)
여행이란 애초에 무언가를 얻으려고 떠나는 길이 아니라 버리고 비우기 위한 떠남일지 모른다.
그렇다면 열대의 해변은 여행의 최적지가 아닐 수 없다.
그곳에서 우리는 거추장스러운 옷뿐만이 아니라 따라잡기 힘겨운 도시생활의 속도와 복잡다단한 인간관계도 훌훌 벗어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재충전을 위한 짧은 여행이라면 더더욱 욕심을 버릴 일이다.
많이 보고 많이 경험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기 때문이다.
아침을 천천히 먹고 느긋하게 바닷가를 산책한다.
정오가 되기 전까지 수영을 하거나 간단한 장비를 빌려 스노클링을 즐긴다.
점심을 먹은 후엔 야자수 그늘에서 책을 읽거나 달콤한 낮잠을 청해도 좋다.
그것만으로 부족하다면 늦은 오후쯤엔 해안도로를 일주하며 관광명소를 둘러볼 수도 있다.
아름다운 원주민 처녀의 민속춤을 감상하며 해변에서 즉석 바비큐를 먹는 저녁식사는 빼놓을 수 없는 하루의 마침표다.
이때쯤이면 기분 좋은 피로감이 찾아오지만 벌써 잠자리에 들기엔 밤의 해변은 여전히 아름답고 낮의 열기를 식혀주는 바람은 너무나 상쾌하다.
가족이나 친구도 좋고,혼자 온 사람이라면 낯선 동료 여행자와 함께라도 좋다.
맥주 한 잔 기울이며 정담(情談)을 나누다 보면 어느덧 아쉬운 하루가 지나간다.
이런 꿈같은 휴양지가 생각보다 그리 멀리 있는 것은 아니다.
며칠 간의 시간적 여유와 경제적 여건이 허락한다면 훌쩍 떠나 볼 일이다.
인천공항에서 비행기에 몸을 싣고 불과 4시간이면 이국의 정취를 물씬 느낄 수 있는 열대의 해변에 도착할 수 있다.
그 곳이 바로 사이판이다.
◆사이판은 휴양지=사이판은 서태평양의 14개 섬으로 이루어진 북마리아나제도의 주도다.
사이판 외에도 티니안,로타가 미국의 자치령인 북마리아나연방의 주요 섬이다.
사이판의 북쪽과 동쪽은 대부분 깎아지른 절벽 해안이며 서쪽과 남쪽으로 아름다운 모래사장이 길게 펼쳐져 있다.
때문에 대부분의 호텔과 리조트가 서쪽 해안에 몰려있다.
섬을 둘러싼 산호초가 파도를 막아 줘 사이판의 해변은 맑고 잔잔하기 그지없다.
스노클링을 하며 형형색색의 열대어를 실컷 감상하거나 수영을 즐기기에 더할 나위 없는 곳이다.
가족이나 친구들과 함께 푹 쉬면서 해양레포츠를 즐겨볼 만 하다.
특히 사이판에서 배를 타고 15분이면 갈 수 있는 마나가하섬은 스노클링과 패러세일링 등 다양한 해양레포츠를 즐길 수 있는 최적지다.
관광은 차로 2시간 정도면 해안도로를 따라 섬의 대부분을 둘러볼 수 있다.
2차 대전 당시 미군의 공세에 마지막 저항선을 폈던 일본군의 요새와 포대,그리고 옥쇄를 감행했던 자살절벽 등과 함께 당시 희생된 한국인 징용자들의 넋을 위로하는 위령탑도 만나 볼 수 있다.
사이판의 번화가인 가라판에는 타이,중국음식 등을 즐길 수 있는 레스토랑과 면세점,쇼핑센터 등이 밀집해 있고 목요일 밤에는 현지의 풍물을 맛볼 수 있는 야시장도 열린다.
하지만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관광지의 화려한 유흥가와는 다소 거리가 멀어 엉뚱한(?)기대는 안하는 게 좋겠다.
◆로타는 숨어있는 보석=사이판에서 30인승 경비행기를 타고 40분이면 로타에 도착한다.
로타는 주민이 과연 1천명이 넘을까 싶을 만큼 섬 사람 만나기가 어렵다.
사이판이 현지인보다 관광객이 더 많은 것처럼 보이는 데 반해 로타에서는 관광객조차 만나기 어렵다.
그렇다고 해서 로타의 자연경관이나 해변이 사이판의 그것만 못한 것은 아니다.
사람의 손을 덜 탄 덕분에 천혜의 자연이 더 잘 보존되어 있다.
관광보다 한적한 휴가를 즐기고 싶은 가족이나 신혼부부에겐 로타가 훨씬 매력적일 수 있다.
자연이 만들어낸 수영장인 스위밍 홀에서 수영을 하거나 낚시와 스쿠버다이빙을 즐길 수도 있다.
바다와 절벽으로 둘러싸인 새 보호구역에 가면 너무나 멋진 광경에 감탄이 저절로 나온다.
열대과일농장에 들러 파파야 등 다양한 과일을 실컷 맛볼 수도 있다.
코코넛을 술로 담근 코코넛와인은 특히 별미다.
로타에는 마땅한 대중교통이 없으므로 차를 렌트해야 하는데 어느 곳을 가든 마주오는 차를 만나는 것도 그리 흔한 일이 아니다.
사이판에서 머물다 하루쯤 로타를 둘러보는 것도 괜찮겠지만 아예 이곳에서 휴가를 보내는 것도 권할만 하다.
리조트 옆의 그림같은 골프장에서는 거의 전세를 내다시피 하며 라운딩을 할 수 있어 초보자라도 부담없이 골프를 즐길 수 있다.
그린피도 사이판에 비해 훨씬 저렴하다.
아시아나항공만이 하루 1편을 사이판 직항편을 운항하고 있다.
사이판을 찾는 관광객 중 70%는 일본인이고 한국인은 15% 가량 되는데 1∼3월 등 일본 관광객이 주로 찾는 성수기엔 방을 일찍 예약해야 한다.
이때는 골프장도 다소 비싼 요금이 적용된다.
지난해 한국의 월드건설이 다이아몬드호텔을 인수해 월드리조트로 이름을 바꾸고 초대형 워터파크를 만드는 등 한국 관광객 유치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로타의 경우 사이판에서 경비행기가 하루 3∼5회 운항하며 배편은 없다.
골프코스를 갖춘 로타리조트 외에도 아담한 별장같은 숙박시설들이 있다.
북마리아나관광청 (02)752-3189
사이판·로타=글 김정태 기자 inu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