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기상관측 1백년

각 지방의 기상요소들을 모아 일기도가 만들어진 것은 1904년이었다. 당시 한 신문의 기상개황란을 보면 "북풍이 불고 쾌청.중국 동부와 일본은 흐림.기온은 북부에서 하강.특히 요동 부근에는 전일에 비해 10도 이상 기온이 하강하는 곳이 있음"이라고 씌어 있다. 통신망과 기상측정 기술이 미흡한 탓에 일기도는 그야말로 초보적인 수준이었으나 인근 국가까지의 기상을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큰 흥미를 불러일으켰음은 물론이다. 우리의 일기도 작성은 기상관측소가 설립되면서 비로소 가능했다. 대한제국은 칙령으로 임시관측소를 설치하는 관제(官制)를 공포한 뒤 1904년 3월25일 목포관측소를 처음 만들었고,이어 한 달 사이에 부산 인천 원산 용암포 관측소를 차례로 개소했다. 일본 중앙기상대에 소속된 임시관측소였지만 어쨌든 이 땅의 근대적인 기상관측의 역사는 올해로 1백년이 된 셈이다. 우리의 독자적인 기상 업무는 해방 이듬해인 1946년에 들어서면서 시작됐는데 이때부터 국제기상전파식이 채택됐고 기압의 단위도 mmHg에서 mb로 바뀌었다고 한다. 1953년에는 인천에 있던 국립중앙관상대가 서울로 이전하면서 인력과 기구를 갖추어 갔다. 기상관측이 한 세기를 맞으면서 한반도 기후 변화에 대한 전망이 나와 관심을 끌고 있다. 기상청 산하 기상연구소는 최근 한 보고서에서 1990년대 이후 기온이 급상승하면서 한반도의 아열대화 조짐이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지구의 온난화 영향이 크지만 특히 우리나라는 도시화가 급속히 진행돼 기후 변화가 두드러지고 있다는 것이다. 겨울철이 짧아지고 열대야가 늘고 집중 호우가 빈발하는 사례를 아열대 기후의 전조로 든다. 과거와는 달리 온실효과,화산 및 지진 활동,태양의 흑점 활동,북극의 해빙 등이 눈에 띄게 변화를 보이면서 기후 문제는 이미 전 인류의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라 있다. 영국의 기후학자인 램은 "미래의 기후를 예견하기 위해서는 과거의 기후를 파악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한다. 이는 곧 장래의 불가측한 재앙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기상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는 얘기인데 귀담아 들을 일이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