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가결' 이후] 비서실, 高대행과 '핫라인' 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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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의 직무정지로 박봉흠 청와대 정책실장의 어깨가 더 무거워졌다.
고건 대통령 권한대행이 한덕수 국무조정실장의 건의를 받아들여 청와대와 '핫라인'으로 박 실장을 지목했기 때문이다.
박 실장은 15일 청와대 수석ㆍ보좌관회의 직후 바로 고 권한대행에게 회의 결과를 보고했다.
탄핵국면에서 비서실 기능이 고 권한대행의 업무보좌에 맞춰져야 한다는 것이 행정부와 법조계의 의견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김우식 비서실장이 보고에 나서지 않는 것이 의외라는 지적도 있다.
고 권한대행이 연락창구로 박 실장을 지목한 것은 △정치적 사안보다는 정책현안을 주로 챙기고 △정책 과제에서는 박 실장이 가장 자세히 파악하고 있어 함께 논의할 수 있는데다 △한 국무조정실장과 일을 풀어나가는 데도 더 적임자로 봤기 때문이다.
보고에선 16일 정례 국무회의 안건 점검에 이어 경제·민생챙기기 등 통상적인 업무만 언급된 것으로 알려졌다.
수석ㆍ보좌관회의 내용과 별도로 탄핵국면 이후의 국내외 경제상황에 대해서도 고 권한대행은 박 실장의 의견을 잠시 들었다.
고 권한대행은 보고를 받은 뒤 "청와대는 자체 임무를 수행하고 국정의 연속성을 위해 노 대통령이 업무를 파악할 수 있도록 (보좌)하라"며 "비서실에 이를 전하라"고 지시했다.
또 수석ㆍ보좌관회의를 직접 주재하지 않고 특별한 경우에만 직접 보고받겠다고 박 실장에게 말했다.
이에 따라 당분간 정책현안은 박-한 실장간 창구로 청와대와 총리실 비서진의 협조체제에서 풀려 나갈 전망이다.
한편 김우식 청와대 비서실장은 이날 전 직원조회를 열어 "각자 본분을 찾고 자세를 다잡자"며 "앞으로도 비상근무체제를 계속 유지하고 엄정한 공직기강을 확립해 달라"고 당부했다.
김 실장은 특히 비서실 전직원들에게 함구령을 내렸다.
청와대 비서진들은 안정을 찾아가는 분위기지만 이 때문에 조심스러운 표정이다.
'대통령의 입'인 윤태영 대변인도 이날은 사무실에 머물렀고 안영배 부대변인이 김 실장의 발언요지만 전했다.
전날 분위기와 달리 변호인단 구성에 대해서도 비서진들은 "청와대에서 관여하지 않아 할 말이 없다"며 문재인 전 수석에게로 미뤘다.
노 대통령도 공식 일정없이 종일 관저에 머물렀다.
평소 습관대로 틈틈히 인터넷을 통해 실시간 뉴스를 접하면서 국정의 흐름파악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비서실 관계자는 "국론분열 양상이 빚어지고, 이에 따른 사회통합이 다시 과제로 부각된 것에 노 대통령이 적지않은 심적 부담을 느끼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허원순ㆍ정종호 기자 huh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