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치즈버거 법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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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사가 워낙 잦아서일까.
할리우드 영화엔 유독 법정 스릴러물이 많다.
연초 개봉됐던 '런어웨이'는 무차별 총기난사 사건으로 남편을 잃은 여인이 무기회사를 대상으로 낸 소송을 다뤘다.
남편의 폐암 사망이 흡연 탓이라며 담배회사를 제소한 내용을 담은 존 그리셤의 소설 '사라진 배심원'을 소송 원인만 바꿔 영화화한 작품이다.
미국의 경우 실제 담배 피해를 둘러싼 소송은 끊이지 않는다.
게다가 뉴욕주 대법원은 지난해 12월 '사라진 배심원'의 모델이 된 글래디스 프랭크슨이 담배회사 브라운&윌슨을 상대로 건 소송에서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회사측에 35만달러(약 4억5천만원)의 피해보상금은 물론 배상금까지 지불하도록 평결한 게 그것이다.
최근엔 담배 못지않게 심각한 사회 문제가 된 비만을 놓고 패스트푸드 업체의 책임을 묻는 공방이 계속되고 있다.
결국 미국 하원에서 패스트푸드 업체에 대한 비만 책임 소송을 금지하는,이른바 '치즈버거 법안'을 통과시켰다는 소식이다.
공화당에서 발의한 법안의 명칭은 '음식물 섭취행위에 대한 개인책임법'.
뚱보가 되는 건 개인의 식습관과 건강관리 탓이지 업체의 잘못이 아닌 만큼 잦은 소송으로 관련 종사자만 1천2백만명에 달하는 식품업계가 어려움에 빠지는 걸 막겠다는 의도다.
그러나 이는 연간 1천1백억달러 규모인 식품산업 보호를 위해 소비자 권리를 도외시하는 것이라는 반발도 만만치 않아 상원 통과는 알 수 없다고 한다.
비만은 미국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인 골칫거리다.
심장질환을 비롯한 만병의 근원인 까닭이다.
스위스와 영국 등에선 패스트푸드 및 음료업체에 대한 '비만세' 부과를 검토중이라는 얘기도 들린다.
우리도 성인 남성의 25%,여성의 28%가 이미 과체중 상태라고 한다.
개인의 건강에 대한 업체와 사회적 책임을 어디까지 물을 것인가는 실로 규정짓기 어려운 사안이다.
개인의 건강은 사회의 건강과 직결되는데다 어느 한쪽만의 책임이라고 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기 때문이다.
미국 상원에서의 '치즈버거법안'처리는 두고 볼 일이지만 우리도 비만으로 인한 질병과 사회문제를 줄이는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 할 듯싶다.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