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 인 코리아] "한국 공략하려면 한국기업 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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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나라에 가면 그 나라의 기업이 되야 한다.'
한국에 나와 있는 외국계 기업들이 내건 슬로건이다.
주한 외국기업들은 '한국에서의 마케팅 성공은 토착화 성공여부에 달려 있다'며 한국의 전통 문화를 회사 이미지에 접목시키는데 힘을 쏟고 있다.
또 한국인 직원들의 일체감 형성에도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조니워커와 윈저ㆍ딤플로 이름난 위스키 업체인 디아지오코리아는 1년전부터 태껸과 쌍벽을 이루는 한국 정통무예인 수벽치기를 복원하는 사업을 벌이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해 2월 3억원을 투자해 서울 역삼동에 연수원을 열었으며 현재까지 5백여명의 수강생을 배출했다.
수벽치기는 우리말 '손뼉'의 한자어인 수박(手博)에서 유래된 것으로 1천년이 넘는 역사를 갖고 있다.
그러나 제대로 된 전수 체계가 없어 겨우 명맥만 유지해 오다가 최근들어 웰빙 열풍과 더불어 관심을 끌기 시작했다.
디아지오코리아는 수벽치기 보급을 확대하기 위해 소개 책자 3만권을 일반 대중에게 배포하기도 했다.
진로발렌타인스는 지난 2002년부터 매년 국립국악 중ㆍ고교에 2억원의 장학금을 지급하고 있다.
이 회사는 판소리ㆍ사물놀이ㆍ장구 등의 신진 국악인 양성 차원에서 매년 중학생과 고등학생 5명씩 10명의 신입생에게 졸업 때까지 생활비와 기숙사비 일체를 지원한다.
스토리지(중대형 데이터 저장) 업체인 한국EMC는 2000년부터 현존하는 세계 최고(最古) 금속활자본인 직지심체요절 찾기 운동을 벌이고 있다.
현재 프랑스에 보관돼 있는 직지를 되찾자는 것으로 이 회사는 서울 인천 청주 등지에서 '직지 찾기 캠페인'을 벌이고 있으며 대학생 동호회 결성, 직지 마라톤 사내 동호회 운영, 청주시 주관 직지 축제 행사 등을 후원하고 있다.
에어프랑스는 서울∼프랑스 노선에서 김치, 고추장, 라면을 제공하는 등 국내 항공사의 이미지를 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나라별 특성에 맞게 서비스 하겠다는 '인플라이트 아시아(Inflight Asia)'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승객들의 좋은 호응을 얻고 있다.
또 이 항공사의 한국 지사장, 화물지점장, 영업이사 같은 외국인 임원들은 주말마다 지방 여행을 다니며 한국 문화를 익히고 있다.
부인들도 '서울 국제부인회'를 통해 자선바자회 등 봉사활동에 나선다.
'한국인 직원 끌어 안기'도 주한 외국 기업들의 토착화 노력 중 하나다.
이들 기업은 사내 커뮤니케이션을 강화해 직원들의 주인 의식을 고취시키고 있다.
한국 필립모리스는 최근 사내에 비디오 게시판을 설치했다.
본사와 양산 공장의 주요 사항들(생산량, 판매량, 경쟁사별ㆍ브랜드별 시장점유율 등)을 직원들이 언제든 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현재 서울 본사에 4군데 비디오가 설치됐으며 오는 5월1일부터는 양산공장과 각 영업사무실에도 확대 운영할 예정이다.
솔루션 업체인 SAP코리아는 대리급 사원들로 구성된 '젊은 이사회 프로그램(Young Board Program)'을 운영하고 있다.
두달에 한번 씩 열리는 '젊은 이사'들은 사장과 함께 허심 탄회하게 회사 경영 전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아이디어를 개진한다.
고객만족과 사원만족을 동시에 실현하자는 Up&Up캠페인을 비롯 사원과 사장간 핫 라인 설치, 사우회 조직, SAP데이 축제 등이 이 프로그램을 통해 나온 결과물들이다.
택배 전문회사인 Fedex코리아의 쿠리어 라이드(Courier Ride) 제도도 대표적인 사내 커뮤니케이션 사례다.
신입 사원, 매니저, 경영진들이 현장 직원과 함께 유니폼을 입고 직접 배송을 경험케 하는 제도로 서로의 업무를 이해하자는 취지에서 시작됐다.
매주 정기적으로 시행되는 이 제도로 인해 본사 직원들이 쿠리어들의 배송시 애로사항과 고객들의 반응을 파악할 수 있어 호응을 얻고 있다.
유창재 기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