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누가 돌을 던지랴 .. 이재희 <외국기업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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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ehee.lee@unilever.com
이번에는 무거운 주제를 좀 가볍게 다루어 볼까 한다.
몇 달 전에는 현대 사옥에서 정몽헌 회장이 투신했고,부산 시장이 옥중에서 목을 맸다.
또 엊그제는 대우건설 전 사장이 한강에 투신,우리를 아프게 했다.
또 한동안은 차떼기나 사과상자,골프가방 등 다양한 뇌물 건네기가 세상에 알려지면서 이 땅에 살고 있다는 게 수치스럽기도 했다.
그뿐인가.
내로라하는 정치인들이 수감되고 그보다 더 많은 기업인들이 발목을 잡혀 한치 앞도 내다보기 힘든 지경이다.
우리는 오염된 현실을 안타까워하며 이번만은 확실히 청소하자고 흥분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이게 어찌 그들만의 잘못인가 싶다.
편법과 탈법,부정에 대해 어떤 형태로든 동조하고 묵인한 우리 모두가 공범이 아닌지 모르겠다.
나도 공인회계사지만 세금 문제가 생기면 세법을 찾기보다는 세무서에 아는 사람을 찾아내 전화 한통 하는 게 훨씬 쉬운 해법이 아니었던가.
내 사무실 앞 도로의 횡단보도에서 일단 정지하는 차량을 본 적이 한번도 없다.
그냥 가는 게 편리하고 그런 곳에 일단 정지하는 게 바보스럽기까지 하다고 생각하는 우리가 아닌가.
어디서부터 잘못되었을까.
따지고 보면 가정교육과 초등학교 때부터 잘못돼 가고 있는 것 같다.
촌지,내신성적 조작,좋은 학교에만 보낼 수 있다면 물불을 가리지 않는 행태 등 쓰레기더미 같은 환경에서 자란 아이들이 장미꽃처럼 피어나길 기다리는 게 애초부터 가당치도 않았다.
김수환 추기경 같은 분을 시대착오적인 노인으로 치부하는 젊은이들을 보면 이 사회가 갈 때까지 간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잭 웰치가 이름을 날리던 시절 20세기 최고의 회사인 GE 본사를 방문했을 때 나는 한수 배우겠다는 생각으로 "GE의 기업 정신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무엇이냐"고 잭 웰치에게 물었던 적이 있다.
그는 단호하게 "투명성 확보(integrity)"라고 대답했다.
대단한 해답을 기대했던 나는 실망감(?)을 감출 수 없었다.
그러나 이제 와서 생각해보면 투명성 확보만큼 어렵고 두려운 과제도 없다는 걸 실감한다.
작금의 암울한 한국을 보면 그보다 더 명쾌한 해답은 없을 것 같다.
우리 모두 다시 한번 옷깃을 여미고 생각해 볼 일이다.
이렇게 어려울 때는 각자가 자기 자리에서 본업에 충실한 게 우리 모두를 건강하게 하는 게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