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가결' 이후] 경제현장 표정 : '수출 中企현장'

"수출납기 맞추느라 정치얘기 할 겨를 없어요." 온나라가 대통령 탄핵문제로 시끌시끌하지만 경기도 시화공단에 위치한 대모엔지니어링(대표 이원해)에서는 삼삼오오 모여 정치 얘기를 하는 모습을 찾아볼 수 없다. 점심시간이나 쉬는 시간에도 마찬가지다. 일부 기업들이 탄핵논쟁에 따른 직원간 갈등을 막기 위해 사내에서의 논쟁 자제령을 내리는 일도 생기고 있지만 이 회사의 임원은 그런 것을 지시한 적도 없다. 그런데도 이 회사 직원들이 탄핵에 아랑곳하지 않는 것은 쉴 새 없이 밀려드는 주문의 납기를 맞추기에 바쁘기 때문이다. 이 회사의 주요 생산품목은 유압브레이커와 콘크리트 파쇄기, 절단기 등. 굴삭기에 장착해 건축물 도로 등을 부수거나 고철을 절단하는 장비들이다. 60여명 남짓의 작은 기업이지만 이 업체가 수출하는 나라는 45개국에 이른다. 전체 매출중 수출 비중이 80%를 웃도는 전형적인 수출 중소기업이다. 주 수출시장인 유럽과 미국 중국은 물론 인도 중동 도미니카 등지에서도 바이어들이 오가고 있다. 시화공장에는 납기일을 맞추기 위해 보링기와 선반밀링 등 작업 설비 사이로 30여명의 현장인력들이 분주하게 움직인다. 한 쪽에 쌓여 있던 완제품들도 빠르게 실려나간다. 이곳 임직원들은 탄핵정국으로 온나라가 시끌벅적했던 지난 12일에도 평소와 다름없이 3시간 잔업으로 저녁시간을 보내야 했다. "지난해 상반기 월 90대 수준이던 생산량이 월 1백20대까지 늘어났습니다. 잔업은 기본이고 휴일에도 교대제로 특근을 하고 있지요."(주진무 생산담당 이사) 주문량 소화를 위해 다음달에는 생산량을 월 2백대로 늘릴 예정이다. 이를 위해 최근 생산라인 증설에 들어갔다. 지난해 매출은 1백30억원선. 2002년보다 40억원 정도 늘어난 금액이다. 신규 라인으로 공장은 비좁아지지만 매출은 꾸준히 늘고 있어 공장에는 활기가 넘쳐난다. 대모엔지니어링뿐만 아니다. 주변 업체들도 지난해부터 야간 잔업이 부쩍 늘어났다. 이 회사가 위치한 공단2대로 주변에는 수출 비중이 높은 정밀기계공업 업체들이 몰려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퇴근시간을 훌쩍 지난 밤시간에도 공장 불빛들이 시화공단을 환하게 밝힌다. "나라가 뒤숭숭하다지만 그런 분위기를 찾기 힘듭니다. 주문량 맞추는데 정신이 없으니까요. 기업인들이 모이면 오히려 원자재난이 큰 화제입니다." 주진무 이사는 원자재 문제가 빨리 해결되지 않으면 이곳의 수출업체들은 힘든 하반기를 보낼 것으로 우려했다. 경기도 시흥=고경봉 기자 kg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