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격호 회장 '중화학 롯데' 숙원 푸나..케이피케미칼까지 넘봐

유통왕국 롯데그룹이 석유화학업계의 강자로 급부상하고 있다. 계열사인 호남석유화학이 지난해 LG화학과 공동으로 현대석유화학을 인수한 데 이어 KC홀딩스컨소시엄과 케이피케미칼 인수를 놓고 막바지 경합을 벌이고 있다. 케이피케미칼 인수전은 내주 중 결론이 날 것으로 보이나 호남석화가 다소 유리한 입장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1967년 껌 사업으로 시작해 식품 유통 등 소비재 분야에서 국내 최고 재벌로 자리매김한 롯데가 중화학 분야에서도 업계 최고 자리를 넘보고 있는 것이다. ◆유화업계 지각변동 초읽기 여수산업단지에 생산공장을 둔 호남석화의 생산 능력은 업계 6위 수준. 하지만 연말까지는 업계 랭킹 2위인 현대석유화학을 LG화학과 절반씩 나눠 가질 예정이다. 분사작업이 최종 완료되면 호남석화의 유화제품 생산능력은 현재 연 3백12만5천t에서 5백38만2천t으로 껑충 뛴다. 여기에다 케이피케미칼 인수가 성사될 경우 연간 생산능력 7백68만t에 매출 규모 3조6천억원(작년 기준)의 초대형 화학업체로 거듭나게 된다. 업계 순위도 SK㈜를 제치고 LG화학에 이어 2위로 수직상승할 전망이다. 호남석화의 케이피케미칼 인수 의미는 외형 확대에 그치지 않는다. 케이피케미칼은 과거 고합에서 화섬원료사업 부문이 분리된 회사. 호남석화가 전량 구입에 의존하는 폴리에스터 원료 PTA(고순도테레프탈산)를 생산하고 있다. 삼성증권 김재중 연구위원은 16일 "케이피케미칼 인수시 호남석화는 화섬의 핵심 원료인 EG(에틸렌글리콜)와 PTA를 패키지로 납품할 수 있게 돼 영업력과 수익성을 확대하는 시너지효과가 기대된다"면서 "국내 업체로는 드물게 나프타분해에서 기초유분,최종 제품까지 완벽한 수직계열화를 이루는 회사로 거듭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기간산업은 롯데의 숙원사업 신격호 롯데 회장은 일본 와세다대학 화공과 출신이다. 태평양전쟁 직후 일본에서 제과업으로 막대한 자금을 모은 신 회장은 한국에 투자를 시작하면서 당초 기간산업 진출에 강한 의욕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신 회장은 실제로 포스코 설립이 거론되기 직전 정부에 제철공장의 설계도면 등 관련 서류를 구비해 제출하기도 했다. 그러나 제철사업만큼은 국영으로 해야 한다는 정부 방침에 따라 사업을 포기해야 했다. 롯데는 1967년 롯데제과 설립 이후 호텔롯데(73년) 롯데칠성음료(74년) 롯데햄(78년) 등 식품 유통업을 중심으로 사세를 확장했지만 결코 중화학 사업에 대한 꿈은 접지 않았다. 마침내 1979년,정부가 민영화하기로 한 호남석유화학을 인수함으로써 기간산업에 첫발을 내디뎠고 외환위기 이후 매물로 나온 석유화학 업체 인수전에 잇따라 뛰어들어 석유화학 분야에서 강자로 올라서게 된 것이다. 신 회장은 지금도 "석유화학 산업에서 국제경쟁력을 갖추려면 완벽한 수직계열화와 함께 덩치를 키워야 한다"며 사업 확대를 독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 회장의 숙원이 과연 어떤 결실을 이뤄낼지 주목된다. 김병일 기자 k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