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골프 한류(韓流)

미국 LPGA(여자프로골프협회)투어 대회가 열리는 골프장에서 한국말은 이제 낯설지가 않다고 한다. 페어웨이와 그린 주변 여기저기서 놀라운 탄성이 터져 나오는가 하면 때로는 아쉬워하는 소리들이 눈길을 끈다. 출전선수가 많아지면서 한국 갤러리들이 대폭 늘어났기 때문인데 특히 올해는 한국 낭자군의 기세가 예사롭지 않은 것 같다. 이러한 조짐은 벌써부터 나타났다. 며칠 전 LPGA투어 개막전인 웰치스프라이스챔피언십에서 '톱10' 중 무려 7명이 한국선수들이었다. 역대 최고의 상위권 전적임은 물론이다. 시즌 두번째 대회로 어제 시작한 세이프웨이인터내셔널은 또 한번의 코리안 돌풍을 예고하고 있다. 박세리 등 19명의 한국선수들이 참가하고 있는 데다 재미동포 천재골퍼 미셸 위(15)가 초청돼 경기에 참가하고 있어서다. 폭발적인 드라이버 샷과 화려한 의상으로 인기를 모으고 있는 미셸 위는 이미 '흥행 보증수표'로 떠올라 소렌스탐 못지 않은 갤러리들을 몰고 다닐 정도라고 한다. 가히 골프 한류(韓流)라고 할 만하다. 한국 여자골퍼들이 두각을 나타내면서 그 저력이 새삼 매스컴의 조명을 받고 있다. 미국 골프다이제스트 최근호는 "한국이 세계적인 여성골퍼들을 배출하는 산실이다"라고 소개하며 '한국'을 특집으로 다뤘다. 이 잡지는 한국 여성골프가 성공할 수 있었던 요인으로 한국인 특유의 근면성과 골프에 대한 열정을 들었다. 스포츠 전문TV인 ESPN도 한국 여성골퍼들의 활약상을 크게 보도했다. 과거와는 판이한 보도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우리 선수들에 대한 시샘도 없지 않다. 남성들의 PGA와 달리 LPGA는 동양계 선수들이 골프장을 점령해 흥행이 되지 않는다고 말하기까지 한다. 나라별로 출전선수를 제한하자는 얘기가 나오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은 듯싶다. 심지어는 골프장에서 한국말을 금지시키자는 망언도 나왔다. 어쨌든 한국 여성골퍼들의 인기몰이는 당분간 지속될 것 같다. 노력과 집념으로 정상에 오른 이들은 '코리아'의 브랜드 가치까지 높이고 있으니 정말 장하다는 생각뿐이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