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패경영 핵심은 변화.윤리 .. '상신 리자청' '장사의 신 호설암'

'잎만 봐도 가을이 오는 걸 안다.''뜻을 세웠으면 칼날에 묻은 피도 기꺼이 핥아라.' 아시아 최대 갑부 리자청의 성공기 '상신 리자청'(홍하상 지음,중앙M&B,9천8백원)과 19세기 말 중국 최고 상인 호설암 이야기를 담은 '장사의 신 호설암'(증다오 지음,한정은 옮김,해냄,1만5천원). 이들 두권은 14억 중국인의 상인정신과 진정한 부의 길이 어떤 것인지를 보여준다. 홍콩의 창장그룹 회장인 리자청은 개인재산 1백24억달러로 아시아 1위,총자산 6백억달러로 세계 재벌 5위의 거부다. 경영의 초인으로 불리는 그의 학력은 놀랍게도 중학교 1년 중퇴. 13세부터 가족 생계를 위해 찻집 심부름꾼으로 뛰어다니던 그는 타고난 부지런함과 예지력으로 당대에 동양 최고의 부를 일궜다. 플라스틱 조화와 완구로 시작해 부동산 개발과 파나마 운하·에어캐나다 인수,국제금융·이동통신 부문까지 그야말로 '불패경영 신화'를 이어가고 있다. 그의 성공비결은 무엇일까. 먼저 그는 변화경영의 달인이었다. 시장변화를 빨리 읽고 기민하게 대처했다. 둘째는 윤리경영과 정도경영. 이익이 커도 사회나 국가에 해를 끼치는 사업은 하지 않았다. 셋째로 그는 일시적인 득실을 따지지 않고 장기적인 안목으로 사업을 펼쳤다. 넷째는 개인의 이익에만 연연하지 않고 다른 사람의 이익을 함께 고려한다는 생각을 잊지 않았다. 다섯째는 뛰어난 인재를 널리 발굴하고 적재적소에 활용하며 그들을 확실하게 믿었다. 신용을 중시하고 '적을 만들지 않는 것'을 평생의 신조로 삼고 있다. 이런 그를 중국 지도자들은 소중히 여긴다. 리자청이 세운 홍콩 최고급 호텔 하버플라자에는 장쩌민 주석이나 주룽지 총리 등이 투숙한다. 이는 시설이 좋기도 하지만 최고의 기업가 리자청에 대한 배려 때문이기도 하다. 19세기 말 청나라의 상계를 주름잡았던 호설암 또한 맨주먹으로 시작해 천하를 제패한 자수성가형.그의 덕목과 상술이 88가지 경영기법으로 책에 정리돼 있다. 호설암은 힘의 원리를 누구보다 빨리 깨달았다. 그의 장사철학이 곧 '권리'였다. '권리라 하는 것은 권세와 이득을 둘로 나눌 수 없음을 말한다. 세(勢)가 있으면 곧 이(利)가 있다. 따라서 지금은 이를 구할 것이 아니라 먼저 세를 얻어야 한다.' 그가 취한 힘은 '권세의 힘''상계의 힘''강호의 힘''서양의 힘'이었다. '마음이 밝아야 하고 눈이 빛나야 하며 손이 빨라야 한다'는 호설암의 상도가 여기에서 나왔다. 그도 리자청처럼 '검은 돈을 벌지 않는다''다른 사람을 불리하게 만들지 않는다''신의를 버리지 않는다''재물을 베풀어 선을 행한다' 등의 원칙을 갖고 있었다. '거상은 몸을 굽히고 펴는 데 자유로워야 한다''주머니는 풀고 체면은 거두어라' 등의 가르침도 오래 음미할 만하다. 고두현 기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