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설상가상 컵 보증금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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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회용품을 줄이자는 취지로 도입된 컵보증금제도가 시행 1년을 맞았다.
외식업체들이 커피 등을 종이컵에 담아 팔 경우 고객에게 50원을 부담시켰다가 빈 컵을 반납할 때 되돌려주는 게 제도의 골자다.
처음엔 소비자들의 저항이 만만찮았다.
외식업체들도 "규제공화국이 내놓은 전형적인 탁상행정"이라며 불만을 터뜨렸었다.
하지만 '환경보호'란 대의명분 앞에 반대파의 목소리는 힘을 잃는 분위기다.
환경부 등은 일회용품 사용을 자제하는 분위기가 확산된 점을 내세워 성공작으로 평가한다.
이 제도를 준수키로 하는 '자발적 협약'을 체결한 업체 수도 34개로 늘었다.
하지만 이 협약은 단속을 피할 '면죄부'에 불과하다는 게 업체들의 주장이다.
제도의 효용성도 의문이다.
스타벅스 맥도날드 등 대형 업체를 제외하곤 대부분 종이컵으로 몇잔을 팔았는지조차 파악하지 못한다.
가맹 본사에서 매월 고객이 찾아가지 않은 보증금을 '대충' 적어낼 수밖에 없다.
결국 소비자에게 가격인상 부담만 안긴 셈이다.
외식업체들의 컵보증금 준수실태에 대한 각종 고발민원도 폭주한다.
사정이 이렇자 환경부가 다시 규제의 '칼날'을 세웠다.
공청회를 열어 여론을 수렴한 다음 45평 이상 점포내에서 일회용 컵 사용을 전면 금지토록 제도를 강화하기로 한 것.기존에는 50평 이상 점포에 대해서만 일회용 컵을 사용하지 못하게 했다.
추가규제안에 대한 업체들의 불만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상당수 업체가 적잖은 돈을 들여 세척시설을 갖춰야 할 판이다.
일회용 컵을 고집하는 고객도 많다.
벌금 3백만원을 물지 않으려면 매장에서 먹다가 가져가겠다는 소비자들과 입씨름도 벌여야 한다.
외식업체들은 불경기에 광우병 조류독감 등이 잇따라 힘든 나날을 보내야 했다.
봄철 황사도 외식업체엔 악재다.
환경보호를 내세우면 명분이야 좋다.
하지만 규제가 업계 현실을 반영하고 현장에서 효과를 거둬야만 의미를 갖는다.
외식업체 관계자는 "이 판국에 규제를 강화하는 것은 외식업체들을 두번 아니라 세번 네번 죽이는 일"이라고 목청을 높였다.
산업부 생활경제팀 손성태 기자 mrhan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