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월급장이들께 드리는 글..이재희 <외국기업협회 회장>

jaehee.lee@unilever.com 직장인들을 비하할 때 나는 곧잘 '월급쟁이들'이라고 비꼰다. 그들은 변화를 싫어하고 현재에 안주하려고 하며 경영자의 눈과 손이 미치지 않는 사각지대에 숨어 있기를 좋아한다. 책임질 일은 가능한 한 피하며 결정을 미룬다. 상사가 시키기 직전까지는 일이 옆에서 아우성을 쳐도 모른 척한다. 실수나 어려움은 가능한 한 남의 탓으로 변명해 자신의 무능을 곧잘 상사나 회사의 잘못으로 불평한다. 뜬소문에는 발벗고 나서 즐거워하면서도 의사소통이 안된다고 교육 훈련이 부족하다고 말하면서 늘 사표를 써야겠다고 술좌석마다 큰소리치지만 정작 그럴 용기도 없다. 출장을 함께 가다 보면 잠은 왜 또 그렇게 잘자는지 모르겠다. 비행기 속에서 잠드는 간부 사원들을 보면 영원히 잠에서 깨지 않기를 고함쳐 주고 싶다. 왜 또 그들은 그렇게 바쁜지 모르겠다. 아니 바쁜 척하는지 모르겠다. 늘 시간이 부족하고 예산이 모자라고 시장상황이 나쁘고 그래서 없는 것 투성이다. 정작 그날에 마쳐야 할 일은 절반도 못하면서 대부분 내일 해도 아니면 영원히 하지 않아도 될 일들에 밤늦게까지 시간을 보내며 파죽이 되어 퇴근한다. 그들은 내일 또 그렇게 할 것이다. 여기까지 읽어가면 모든 직장인들이 나에게 이건 형평없는 모욕이며 언어폭력이라고 할 게 뻔하지만 대부분 CEO들은 직장인들의 이런 속성 때문에 절망할 때가 많음을 알아주었으면 한다. 그래서 내가 "몸을 아끼지 마라.몸을 함부로 해도 안되지만 아끼는 것은 죄악이다"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라"고 하면,그들은 왜 쫓아낼 궁리만 하느냐고 항변하는데,떠나기 싫으면 절이 되면 되는데 스스로가 왜 중이 되려는 고생을 하는지 모르겠다. 프로다운 주인의식이 있다면 내일은 가슴 설레는 힘찬 하루가 될 것이다. 직장인들이여 함께 분발하자. /유니레버코리아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