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코너] 일본 소비시장에 봄바람

일요일인 지난 22일 오전 도쿄시내 뉴오타니 호텔.이른 아침이지만 로비는 꽃망울을 터뜨리기 시작한 벚꽃을 보기 위해 각지에서 몰려든 관광객들로 부산했다. 같은 날 오후, 최근 아키하바라를 제치고 일본 최고 가전매장으로 자리잡은 신주쿠의 요도바시.휴일을 맞아 가족단위 쇼핑객과 국내외 관광객들로 매장은 어깨가 부딪칠 정도로 붐볐다. 고객들이 많이 찾는 디지털카메라 코너의 점원은 "올들어 물건을 사려는 사람들이 부쩍 늘어, 매출이 20~30%는 증가했다"고 귀띔했다. 지난해 말 이후 뚜렷해진 경기회복세에다,3월 들어 주가가 연중최고치를 경신하면서 꽁꽁 얼어붙었던 일본 소비시장도 서서히 살아나는 분위기다. 도쿄에 도착, 2주간 찾아본 현장에서는 중상층을 중심으로 지갑을 열기 시작했다는 징후를 느낄수 있었다. 4월말 시작되는 일본 최대 연휴인 골든위크를 앞두고 일부 관광지는 이미 예약이 매진됐다. 최대여행사인 JTB에 따르면 지난 주말 예약이 전년보다 40%가량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90년대 초 호황기와는 차아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장기불황 여파로 서민들의 주머니 사정은 좋지않아, 중상층 이상이 찾는 매장에서만 경기회복을 느낄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이토추상사가 이달 초 도쿄 시나가와역앞에 문을 연 고급 수입 식자재점 D&D에는 하루 방문객이 1만명을 넘어,대성공을 거두고 있다. 업체들도 발빠르게 중상층 잡기에 나섰다. 다이마루,다카시마야,미쓰코시 등은 4월 봄철 매장개편을 앞두고 신사복 매장을 대폭 정비중이다. 신사복 매장크기를 50% 이상 늘리고, 고급 브랜드 매장도 별도로 만들고 있다. 그만큼 소비시장을 밝게 보고 있다는 증거다. 신사복은 흔히 실물경기를 재는 척도로 사용된다. 통계상 전체 소비시장이 살아났다고 말하기는 아직 이르다. 하지만 중상층 매장에선 봄바람이 불고 있는 게 분명하다. 일본에 대해 만성적인 적자국인 한국도 13년만에 지갑을 열기 시작한 일본 소비자를 잡기 위한 대책을 서둘러야 할 것 같다. 도쿄=최인한 특파원 jan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