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대녕 네번째 소설집 '누가 걸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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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실을 제주도로 옮기면서 좀 더 작품에 집중할 수 있었습니다."
글쓰기를 위해 지난해 4월 제주도로 내려갔던 중견작가 윤대녕씨(43)가 네번째 소설집 '누가 걸어간다'(문학동네)를 펴냈다.
'많은 별들이 한 곳으로 흘러갔다' 이후 5년 만이다.
책에는 2003년 이효석 문학상 수상작 '찔레꽃 기념관'을 포함해 모두 6편의 중·단편이 실렸다.
작가가 데뷔 이후 줄곧 천착해온 소통되지 않는 인간의 고독과 정체성의 위기라는 주제를 보다 성숙한 의식과 다양한 앵글로 그려 냈다.
'흑백 텔레비전 꺼짐'이란 작품에서는 결혼식날 사라진 한 신부를 통해 새천년에 대한 막연한 희망과 흥분을 우울하게 지켜보는 작가의 시선이 담겨 있다.
흑백 텔레비전처럼 답답했던 지난 세기의 삶은 역사속으로 사라졌지만 새천년의 삶 또한 흑백화면과 같은 것일 수밖에 없다는 게 작가의 현실인식이다.
표제작 '누가 걸어간다'는 출구가 봉쇄된 삶속에서 자아를 포기할 수밖에 없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이혼과 위암으로 인생의 패배자가 된 한 남자와 첩의 딸인 한 여자가 동병상련의 감정으로 서로 가까워지지만 끝내 서로의 상처를 보듬어 주지는 못한다.
'낯선 이와 거리에서 서로 고함'에서는 삭막하고 비인간적인 일상속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신의 존재가 사라져 버리는 것 같은 박탈감에 시달리고 있음을 보여준다.
소설출간에 맞춰 최근 서울에 온 작가는 "서울에 있으며 몇년동안 책 읽고 글 쓰는 생활을 반복하다 보니 문학적 딜레마에 빠졌다.
그러면서도 글에 대한 허영심은 높아갔다.
제주도로 옮긴 뒤 내 글을 냉정하고 객관적으로 바라보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한 사람이 시간과 우주적 생명에 도취돼 죽어가는 과정을 동양철학의 관점에서 바라본 장편소설을 준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재창 기자 char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