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發 악재 vs 실적 모멘텀..대만시장 폭락.中東정세 불안

"정말 어렵다" 시장 관계자들은 이번주들어 고개를 젓는다. 국내증시가 살얼음 위를 걷듯 극히 불안한 양상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 곳곳에서 돌발악재가 발생,국내시장의 방향성을 잡기가 쉽지 않아서다. 대만증시는 총통선거 후폭풍에 휩싸여 패닉상태고,미국시장은 중동위기의 영향권에 들어서면서 약세를 벗어나지 못하고있다. 한국시장은 23일 강보합 수준을 지켜내며 여타 세계증시에 비해 상대적 안정세를 보였다. 기업들의 1분기 실적이 예상보다 훨씬 좋을 것이라는 전망이 버팀목 역할을 한 결과다. 하지만 주가가 하루종일 출렁거려 일교차가 20포인트에 육박했다. 증시 전문가들은 세계시장이 안정을 찾지 못하면,불안한 장세는 지속될 수밖에 없다는데 시각을 같이하고 있다. '외생악재냐,기업실적'이냐는 갈림길에 서 있다는 것이다. ◆외생악재에 움츠린 시장 스페인 열차테러,하마스 지도자 피격으로 인한 중동불안,대만 선거 후폭풍 등 악재가 연달아 터지고 있다. 모두 국내 금융시장 밖의 외생변수다. 특히 한국과 함께 아시아시장의 리더격인 대만시장은 폭락세를 보이고 있다. 외국인이 총통선거 직전인 지난 10일부터 무려 2조9천억원어치를 팔아치웠다. 총통선거가 끝났지만 주가하락폭은 더 커지고 있다. 대만 가권지수는 거의 8%가량 떨어졌다. 미국시장도 테러공포로 움츠리고 있다. 나스닥지수가 심리적 지지선인 2,000선이 무너진데 이어 지금은 1,900선도 위험한 상황에 몰려있다. 일본 닛케이주가평균도 약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돋보이는 이익 모멘텀 외국인의 매도물량은 예상보다 많지 않다. 해외시장의 급락세를 감안하면 한국시장은 상당히 강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대만이 약 8% 하락하는 동안 한국시장은 2%정도 떨어졌을 뿐이다. 대우증권 김남중 연구위원은 "한국증시의 상대적 강세는 기업실적 호전에 대한 기대의 반영"이라고 분석했다. 대우증권은 1분기 2백개 주요 상장등록기업 영업이익은 작년 같은기간보다 32%가량 증가한 8조2천2백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2분기에는 8조8천6백억원으로 64% 증가할 것으로 추정했다. 기업실적이 호전되고 있는 만큼 외생변수로 주가가 하락하면 저가매수세가 대거 유입될 가능성이 높다는게 대우증권의 분석이다. ◆조기안정에 무게 전문가들은 주가가 하방경직성을 가질 것이라는데 무게를 두고 있다. 해외 악재는 일시적 충격으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는 설명이다. 삼성증권 오현석 연구위원은 "지난 99년 대우채 환매나 재작년 글로벌경기 하강 때는 외국인이 매물을 대량으로 쏟아냈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며 "해외악재는 일시적 충격에 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외국인 외에 매수주체가 없다는 점에서 조정기간이 길어질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한화증권 이종우 리서치센터장은 "지수의 급락 가능성은 적으나 매수주체가 제한돼 있다는 점에서 당분간 횡보장세가 이어질 공산이 크다"고 지적했다. 조주현 기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