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상선 주총 현대그룹 '판정승'..현정은회장 이사선임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과 정상영 금강고려화학(KCC)의 현대그룹 경영권 분쟁 1차전이 현 회장측의 승리로 일단락됐다. 현대상선은 23일 서울 적선동 사옥에서 정기주주총회를 열고 회사측이 추천한 현정은 회장을 이사로 선임하는 데 성공했다. KCC가 내세운 정몽진 KCC 회장의 이사 선임안은 자동 폐기됐다. 현 회장측은 이에 따라 현대그룹 경영권을 유지할 수 있는 첫 고비를 넘기게 됐다. 그러나 이날 주총에서 KCC도 상당한 득표력을 과시한데다 위임장 중복여부 처리를 놓고 논란이 빚어지고 있어 오는 30일로 예정된 현대엘리베이터 주총의 향방은 쉽게 예단하기 어렵게 됐다. 특히 우호세력만 놓고 볼 때 KCC는 이날 현 회장측(12.3%)보다 많은 13.4%의 우호세력을 확보해온 것으로 확인돼 귀추가 주목된다. 이날 현 회장에 대한 이사선임 찬반투표에서 참여 주식수 4천9백45만주 가운데 찬성이 62.54%인 3천93만주였으며,반대는 1천8백51만주(37.43%)로 집계됐다. 이날 주총에선 현대상선 지분의 13.49%를 보유한 현대건설 현대백화점 등 범 현대가는 중립을 지킨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현대엘리베이터 지분의 30.05%를 보유한 현 회장측은 범현대가(15.41% 지분 보유)가 엘리베이터 주총에서 중립을 지킨다면 경영권 방어엔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이날 주총에서는 주주들은 최근 KCC측이 제시한 분식회계 의혹에 대해 집중 추궁했으며,특히 일부는 노정익 사장의 책임과 사퇴의사를 묻기도 했다. 현대상선 소액주주모임의 이상직 회장은 "회사측에서 회계상의 문제를 시인하고 사과를 했는데 소액주주들의 피해는 어떻게 보상하고 분식회계는 누가 책임질지 해명하라"고 촉구했다. 이에 대해 노정익 현대상선 사장은 "지난 2002년 취임한 이후 대북송금 의혹과 구조조정 등으로 회계문제를 파악할 겨를이 없었다"며 "그러나 이후에는 전혀 분식회계가 없다고 자신한다"고 말했다. 류시훈 기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