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텨뷰] 전통차 가꾸는 선암사 '지허 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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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암사는 일년 내내 꽃이 지지 않는 도량입니다.
부처님께 올리는 육법공양에 차와 꽃이 포함되기 때문에 선암사에선 여러 꽃을 가꿔왔어요."
옛 목조건축의 아름다움을 가장 잘 간직한 것으로 손꼽히는 전남 승주의 태고총림 선암사에 봄꽃이 만발했다.
동백은 절정을 지나 끝물이지만 매화와 산수유는 한창이고 목련과 개나리는 막 피기 시작했다.
선암사 주지 겸 태고선원장 지허 스님(63)은 "그야말로 화엄세계"라고 했다.
"사군자 가운데 으뜸으로 치는 매화를 필두로 동백과 산수유,영산홍과 자산홍,왕벚꽃이 연초부터 봄까지 잇달아 핍니다.
5월에는 불두화라고도 불리는 설토화,여름에는 수국,여름부터 가을까지는 상사화가 피고,11∼12월에는 하얀 차꽃이 도량을 장식하지요."
지허 스님은 선암사 칠전선원 뒤편 6천여평의 야생 차밭에서 차잎을 따 솥에 덖고 비벼서 차를 만드는 '차의 명인'으로 유명하다.
"참선할 때 번뇌와 수마(잠),무기(無記) 등의 세 마장만 없으면 성불하기가 세수하다 코 만지기보다 쉽다고 했어요.
이 세 마장을 막는 것은 차밖에 없지요.
칠전선원에서 도인이 많이 나오는 것도 차를 많이 마셨기 때문입니다."
지허 스님은 "예부터 차와 선은 따로 보지 않아서 선방에 오면 차 끓이고 만드는 것을 참선과 병행했다"며 차문화와 조사선의 가풍을 다시 일으키는 데 매진하겠다고 말했다.
순천=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