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총리ㆍ관료 '낙하산 인사' 대립‥내달 인사앞두고 힘겨루기

"총리와 관료의 대결에서 누가 이길까." 일본의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가 '낙하산 인사'를 현재보다 절반 이하로 줄이라고 지시한 데 대해 관료들이 교묘한 방법으로 대응,그 결과가 주목된다. 고이즈미 총리는 지난 11일 "차관 출신은 원천적으로,정부산하 기관이나 관련 민간기업에 재취직을 금지하고,새로 출범하는 독립행정법인 대표도 절반 이상을 민간인으로 채우겠다"고 밝혔다. 이 같은 총리의 지시가 제대로 실천될지는 4월부터 예정된 20여개 독립행정법인의 인사에서 판가름난다. 하지만 총리가 노회한 관료들의 벽을 뚫고 성공할지에 대해선 회의적 시각이 많다. 어느 나라보다도 유능하고,힘을 가진 일본관료들이 다양한 방법으로 OB동료들을 도와주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명목상 대표인 회장 자리는 민간인에게 주고,실권을 갖는 사장 자리에 관료출신을 앉히고 있다. 4월1일자로 민영화되는 나리타국제공항의 경우 회장은 민간인 출신을 내세우고,사장에는 운수성 전 사무차관을 선임,총리실로부터 승인을 받았다. 또 민간인 중에는 적임자가 없어 불가피하게 경험있는 관료들을 쓸 수밖에 없다는 논리도 펴고 있다. 그동안 고이즈미 총리는 낙하산 인사를 줄이겠다고 여러차례 천명했지만 만족스러운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재작년 8월에도 정부산하 금융기관장에 관료출신을 기용하지 말라고 지시했지만,현재 9개 금융기관장 대부분이 전직 관료들이다. 24일 인사원이 공개한 관료출신 전직 현황에서도 낙하산 인사는 여전한 것으로 드러났다. 민간기업에 재취업한 과장 및 실장급 이상 관료수는 지난 한햇동안 78명에 달해 한해 전보다 32%나 증가했다. 도쿄=최인한 특파원 jan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