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조끼 입고 물건팔러 가요"..이라크 첫 재건박람회

"팔레스타인 지도자 '야신'이 피살된 이후 상황이 더 나빠진 것 같아요.그래도 가야지 어쩝니까.리스크가 클 수록 파이도 큰 법이니까요.방탄조끼라도 입고 갈 겁니다." '바그다드 엑스포'에 참가하기 위해 다음달 1일 이라크 바그다드로 향하는 김형준 두산중공업 차장의 목소리에는 비장함이 서려있다. 연일 신문과 방송을 통해 쏟아지는 이라크 관련 기사가 '폭발' '테러' 등 생각하기도 싫은 단어들로 이어지고 있지만 전화통화로 알아본 현지 분위기는 훨씬 더 험악하기 때문이다. "보통 출장이라면 여행자 보험으로 충분하지만 이번엔 한 사람당 1백30여만원씩 들여 사망 납치 등에 대비한 1회성 보험까지 들었습니다." 바그다드 엑스포(Destination Baghdad Expo.DBX)는 이라크 전후 처음 열리는 재건박람회. 이라크 아메리칸 상공회의소(IACCI)가 주최하고 연합군 임시행정처(CPA),재건사업관리청(PMO),이라크 과도통치 정부가 후원하는 이 행사에서는 복구사업 발주자와 수주를 희망하는 기업이 참여해 치열한 수주전을 벌이게 된다. 내달 5일부터 나흘간 열리는 이 행사에는 미국 일본 등 31개국 1백82개 업체가 참가신청을 했다. 한국에서는 삼성전자 LG전자 현대중공업 두산중공업 삼성물산 등 대기업 12곳과 중견기업 5곳을 합쳐 모두 17개 업체가 수주활동을 벌이게 된다. KOTRA는 바그다드 공항에서부터 참가자들에게 방탄조끼를 지급키로 했다. 이동간 안전부터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숙소로는 당초 호텔을 잡았지만 정정불안이 심해지자 연합군 임시행정처(CPA)가 관할하는 '그린존' 내 숙소를 사용하기로 했다. 야전막사나 다름 없는 시설이다. 박람회 현장은 더 위험하다. 5천여명이 참가하는 만큼 저항세력의 표적이 되기 십상이어서다. 박람회 기간 동안 국제회의가 열리는 컨벤션센터 주변 그린존엔 최근 며칠 사이 박격포탄이 수시로 떨어지고 있다. 그러나 코오롱인터내셔널 신동근 과장은 "남들이 가지 않는 지역,열악한 지역에 비즈니스 기회는 더 많다"며 "안전 문제는 그 다음"이라고 말한다. 이라크가 안정됐을 땐 먹을 게 별로 없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대우건설 조재덕 부장은 가족들이 만류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작게는 회사에 이익이지만 크게 보면 다 나라가 잘 되자고 하는 일 아니냐"고 반문할 뿐이다. 류시훈 기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