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세금 해방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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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聖經)의 여러 곳에는 세금걷는 세리(稅吏)에 대한 얘기가 나온다.
대개 탐욕과 부도덕의 존재로 묘사된다.
'가혹한 정치는 호랑이보다 무섭다(苛政猛於虎)'는 경구도 과중한 세금의 폐해를 말하고 있다.
아인슈타인조차 "세상에서 가장 이해하기 힘든 건 소득세"라고 투덜댔다 한다.
예나 지금이나 세금에 대한 인식은 매우 부정적인 것 같다.
언제나 농민 등 하위계층이 세금을 바쳐야 했던 역사 때문일 것이다.
세금은 때로 역사의 물줄기를 바꾸기도 했다.
미국 독립운동의 도화선이 된 '보스턴 차(茶)사건'도 영국의 지나친 세금부과에 대한 저항이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세금은 국가가 제공하는 국방 복지 교육 등의 서비스에 대한 대가로 국민이 부담하는 돈이다.
따라서 사람은 누구나 태어나 죽을 때까지 먹고 자고 입고 움직이는 모든 생활에서 세금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고 세금 없는 나라도 없다.
월급봉투에서 떼가는 소득세에서부터 우리가 알지 못하는 사이 물건 값에 붙어있는 부가세 특소세 담배소비세 주세 등에 이르기까지 세금의 종류도 일일이 나열하기 어렵다.
한 연구기관은 지난 25일을 '세금해방일(Tax Freedom Day)'로 발표했다.
국민이 연초부터 3월24일까지 번 돈은 모두 세금으로 내야 하고, 3월25일부터 번 소득이 비로소 자신의 몫이라는 뜻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올해 3백66일(윤년) 가운데 국민조세부담률 22.99%에 해당하는 84일은 세금을 내기 위해 일해야 한다는 얘기다.
지난해의 세금해방일 4월1일보다는 당겨져 세금부담이 조금 줄어든 셈이다.
OECD 선진국의 경우를 놓고 비교해 보면 세금해방일은 실질GDP(국내총생산) 성장률과 반비례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정부가 세금을 많이 걷고 많이 쓸 수록 경제성장률이 떨어졌다는 것이다.
세금부담이 높을 수록 민간 경제활동을 위축시켜 성장률을 낮추게 된다는 의미로 풀이할 수 있다.
세금을 많이 내는 나라보다 덜 내는 나라가 더 잘 살수 있다면 세금해방일을 앞당길 수 있는 길이 무엇인가 머리를 맞대볼 일이다.
추창근 논설위원 kunn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