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씨티, 한미은행 인수'그 후..金槿培 <몬덱스코리아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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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금융그룹인 씨티은행이 한미은행을 인수한다고 발표하면서 금융계에 적잖은 논쟁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그 논쟁의 초점은 씨티은행의 한미은행 흡수가 국내 금융시장에 가져올 영향과 그에 대한 국내은행의 대비책에 있는 것 같다.
여기서 우리는 씨티그룹이 한국의 한 은행을 인수하게 된 근본적인 이유와 동기를 우선 이해할 필요가 있다.
전세계적으로 21세기 금융산업의 전략적 기조는 대형화(Consolidation)와 산업간 연합(Cross-Industry)이다.
대형화의 목적은 결국 예금시장의 확보인데 이를 위해서는 은행의 점포확장, 특히 해외시장의 점포확장 또는 해외은행의 흡수합병 두 가지 길이 있으나 신설점포 또는 기존점포의 확대는 많은 시간이 걸릴 뿐 아니라 자본투자가 오히려 더 드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세계 톱10 은행의 경우 주로 해외은행 합병이나 인수쪽을 택하고 있다.
예를 들어 일본의 금융회사가 부실채권으로 법정관리 내지는 예금보험공사 관리로 넘어간 경우 씨티뱅크를 비롯한 세계의 유수한 금융그룹이 이들을 인수했다.
세계 2대 금융기관인 홍콩 상하이은행도 아시아, 특히 동남아 지역에서 인수노력을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고 한국시장에서의 지분확대에도 끊임없는 노력을 진행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산업간연합의 목적은 비용절감, 특히 마케팅 및 영업비용을 줄여서 금융상품의 경쟁력을 높이고자 하는데 있다.
씨티그룹이 2000년 초 보험그룹인 트러블레스그룹과의 합병을 자청한 것도 이와 같은 전략적 접근으로 볼 수가 있다.
은행의 대출상품, 증권사의 투자상품, 보험사의 보험상품은 크로스 셀(Cross-Sell)이 가능한 것으로 1934년 이후 미국의 글라스 스티겔 법으로 묶여있던 은행업과 증권업의 벽이 1990년대 중반부터 허물어지면서 산업간의 연합이 가속화 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배경하에서 대형화와 산업간 연합의 선두주자인 씨티은행이 한미은행을 인수하면서 국내시장에 끼칠 영향은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다.
첫째, 씨티은행은 한국시장의 지분확대를 위해 대형화를 계속 추진할 것이며 이와 병행해서 크로스 셀을 위한 산업간 연합을 시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씨티은행의 인수노력은 비단 은행산업에 국한되지 않고 증권 및 보험업계로 확대될 것이다.
둘째, 씨티은행은 순이익의 50% 이상을 소비자 금융부문에서 벌어들이고 있으므로 소비자 금융부문에서 국내은행의 커다란 위협이 될 것으로 예측할 수 있다.
일반 소비자금융은 물론이고 주택금융 및 신용카드 부문의 경쟁이 치열해 질 것이다.
셋째, 씨티은행은 다른 선진 은행들과 마찬가지로 80대 20의 룰, 즉 80%의 수익이 20% 고객으로부터 창출된다는 논리로 상위 20%의 고객에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서비스 차별화, 상품 차별화 전략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씨티뱅크에 대응한 국내은행의 대비책은 무엇인가.
우선 산업간 합종연횡을 서두를 필요가 있다.
이미 은행권의 증권회사 인수가 가시화되고 있으나 금융 산업간의 합병, 연합 등이 보다 활발하게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둘째는 서비스 향상과 전문화에 속도를 내야 할 것이다.
은행의 자산운용을 대출, 특히 담보대출 위주에서 자본투자, 프로젝트 파이낸싱, 전반적인 코퍼레이트 파이낸싱으로 다변화 할 필요가 있다.
셋째는 글로벌 전략의 실현이다.고객이 글로벌하면서 은행은 오히려 국내시장으로만 위축돼 왔는데 고객의 해외금융 서비스 요구에 동반해 글로벌화를 촉진시켜야 할 것이다.글로벌화는 하드웨어적인 점포 확장보다는 글로벌 상품, 글로벌 서비스 채널 등 소프트웨어적인 글로벌화에 중점을 둬야 한다.
국내 금융시장의 변화는 더욱 빨리 진행될 것이다.
이는 서비스 향상, 가격경쟁력, 상품 다변화 등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것이다.
하지만 중하위권의 소비자 계층, 중소기업 등에 대한 서비스 저하나 가격인상 등 부작용을 우리는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