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전문가가 신뢰받는 길..송달호 <한국철기술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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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계공학 전문가로서 기술적인 문제를 일반인들에게 설명해야 할 때가 있다.
새로 규명된 사실이나 첫 개발된 기계 및 시스템을 알리는 경우에는 보람과 자긍심을 느끼다가도 듣는 사람들이 본인의 추측을 사실인 것처럼 주장할 때는 난감해진다.
특히 연구개발의 필요성을 얘기할 때는 연구비를 따내기 위한 목적으로 생각하고 더 불신하는 경우가 있다.
바로 차세대 한국형 고속전철이 그랬다.
8년전 필자가 떼제베보다 성능이 우수한 차세대 한국형 고속전철 개발사업을 제안했을 때 불신의 소리가 높았다.
우여곡절 끝에 연구개발에 착수할 수 있었던 것은 기술개발의 효능성에 대한 확고한 믿음이 있던 인사들과 국내 철도기술의 도약을 바라는 관련기관들의 지원 덕분이었다.
처음에는 방향 설정의 혼선도 있었고,설계변경 등 시행착오도 있었다.
그러나 개발진의 노력 끝에 우리 기술만으로 한국형 고속전철을 개발해내는 쾌거를 이뤘다.
한국형 고속전철을 설명할 때마다 프랑스 기술을 베꼈다느니,심지어 떼제베의 겉모양만 바꾼 것 아니냐는 소리를 들을 때는 야속하고 눈물이 솟기도 했다.
그러나 고속철도 개통에 즈음해 언론의 보도가 잇따르면서 우리 기술을 인정하고 칭찬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이런 경험을 되돌아보건대 그동안 전문가들이 국민과의 대화를 너무 소홀히 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해본다.
연구도 중요하지만 그 필요성에 대해 국민들에게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는 노력이 부족했던 점을 인정한다.
또 우리 사회에서 전문가의 식견을 필요로 할 때 용기를 갖고 올바른 의견을 제시해야 한다.
이런 점에서 방폐장 문제나 광우병,조류독감 같은 사회적 이슈들에 대해 전문가들이 좀 더 큰 목소리로 의견을 제시했다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전문가에 대한 사회적 신뢰는 한두 사람의 노력만으로는 안되고 전문가 공동체를 사회가 인정할 때 비로소 형성된다.
더 늦기 전에 전문가가 제대로 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신뢰를 쌓아야 한다.
비전문가의 목소리를 포용하며 자기 분야에 해당하는 사회적 이슈에 대해 용기를 가지고 국민들과 대화할 수 있어야 한다.
이렇게 전문가가 신뢰받을 수 있도록 전문가는 물론 사회 구성원 모두가 노력하고 서로를 이해하려는 분위기가 형성될 때 윈-윈 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