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코리아] 2부ㆍ해외시장을 가다 : (1) '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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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온라인게임의 일본 대공습이 시작됐다.
지난 99년 12월 넥슨의 '바람의 나라'가 일본에 처음 진출한 후 한국산 게임들이 '온라인게임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특히 그라비티의 '라그나로크'는 1년6개월만에 동시접속자 8만9천명을 기록하며 일본 온라인게임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지난해 도쿄에서 열린 '라그나로크 페스티벌'엔 2만5천여명의 게이머들이 몰려 대성황을 이뤘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은 "열성팬들은 한국에서 2~3일 먼저 소개되는 게임정보를 얻기 위해 스스로 한글을 배우고 있다"라고 전했다.
게임이 우리 문화를 해외에 전파하는 전도사 역할도 톡톡히 하고 있는 셈이다.
◆ 세계 2대 게임강국, 일본을 넘는다
지난 83년 닌텐도의 '패미컴'을 시작으로 성장한 일본 게임산업은 플레이스테이션2 게임큐브 등 콘솔게임이 시장의 80%를 차지한다.
2002년 시장규모는 5천13억엔.
그러나 게임인구 감소와 불황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소니컴퓨터엔터테인먼트의 후쿠나가 겐이치 부사장은 "중고 게임타이틀이 공공연히 유통되면서 게임개발사들의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중고 게임타이틀 시장은 게임소프트웨어 시장(3천3백67억엔)의 30%에 이른다.
일본 게임업계는 '온라인'에서 불황 탈출 해법을 찾고 있다.
때마침 온라인게임에 필요한 초고속인터넷 인프라가 빠르게 강화되고 있다.
일본의 초고속인터넷 가입자는 작년말 현재 1천3백64만 세대에 달했다.
그러나 일본 온라인게임은 아직 걸음마 단계다.
스퀘어에닉스의 '파이널환타지11', 코웨이의 '노부나가의 야망' 등 온라인게임은 큰 호응을 얻지 못했다.
그나마 PS2를 이용한 네트워크게임이 대다수다.
세계적 게임개발사인 테크모에서 개발을 총괄했던 게임온의 시이바 타다시 프로듀서는 "일본 개발사들이 아직도 콘솔게임을 개발하던 행태에서 벗어나지 못한 탓"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한국 온라인게임은 승승장구하고 있다.
'리니지Ⅱ' '뮤' '씰온라인' 등 한국산 온라인게임의 주가는 고공행진하고 있다.
지난 2월 초 공개 시범서비스를 시작한 리니지Ⅱ는 첫날 2만명의 동시접속자수를 기록했다.
최근 유료로 전환한 뮤의 동시접속자수도 1만5천명에 이른다.
NHN의 한게임재팬은 야후게임을 제치고 일본 1위 게임포털에 올랐다.
CESA(컴퓨터 엔터테인먼트 공급자 협회)의 와타나베 카즈야 전무는 "한국 온라인게임은 PC 기반 온라인게임의 가능성을 제시했다"고 평가했다.
◆ 현지화가 성공의 열쇠
한국산 온라인게임의 성공 비결은 독특한 커뮤니티 기능에 있다.
PC방 운영업체인 인터피아의 타카하시 료스케씨는 "긴장한 상태로 게임에 몰두해야 하는 콘솔게임과는 달리 한국산 온라인게임은 채팅까지 하면서 편안한 마음으로 게임을 즐길 수 있는게 강점"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한국 온라인게임에 대한 일본 게이머들의 평가는 아직 부정적이다.
일본 게이머들은 한국 온라인게임을 '마조키'(메조키스트라는 뜻)라고 비꼰다.
지겨울 정도로 오랜 시간 플레이를 해야 고수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시이바 프로듀서는 "지나치게 시스템에 의존하다 보면 결국엔 게이머들에게 나쁜 이미지만 심어주게 된다"며 "일본 게이머들이 좋아하는 협력 플레이 등을 보강해 게임 특유의 재미를 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엔씨재팬의 박재훈 팀장은 "조작이 간편한 콘솔게임에 익숙한 일본 게이머들은 한국 온라인게임을 어렵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며 "게임 조작을 더 쉽게 하고 매뉴얼도 꼼꼼하게 만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도쿄=박영태 기자 py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