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2일자) 고유가 근본 처방 강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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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감산 여파가 우리 경제에 어떤 악영향을 가져다 줄 것인지 심히 걱정스럽다.감산은 이미 예정된 것이어서 급등했던 유가가 다소 진정기미를 보이고 있고,향후 전망 또한 낙관론과 비관론이 엇갈리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전문가들은 대체로 상당기간 '고유가 시대'가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더구나 OPEC의 석유감산 충격에 더해 달러화 약세가 이어지면서 달러당 원화환율이 1천1백40원대로 급락하는 등 원화가치가 초강세를 보이고 있어 경제에 주는 충격이 증폭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원 강세는 수출가격경쟁력을 떨어뜨려 그만큼 수출에 부담을 주게 된다.고유가로 인해 물가오름세도 심상치 않다.
올 1~3월 물가상승률이 3.3%로 이미 정부가 설정한 억제목표(3% 안팎)를 넘어설 정도이다.
상황이 이런 탓에 일각에서는 고유가 고물가 원고의 '신3고(新3高)시대'가 오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온다.
'신3고'지속은 소비위축은 물론 내수침체의 장기화를 가져와 경기회복의 발목을 잡을 수밖에 없다.
얼마전 통계청은 2월중 산업생산이 큰 폭으로 늘고 제조업가동률이 높아지는 등 경기회복 조짐이 가시화되고 있다고 발표한바 있다.
그런 조짐과 기대가 물거품이 되지 않을까 걱정이다.
때문에 고유가 원화가치상승 등 경제환경 악화에 따른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정부도 에너지를 절약하는 혁신공정 투자와 고효율 건축기자재 투자액의 7%를 세액공제 해주기로 하는 등 발빠른 대응책을 내놓고 있다.
필요할 경우 경제장관 간담회를 열어 할당관세나 석유수입 부과금을 조정하고,유류 관련 내국세의 탄력세율 적용 등을 검토한다고도 한다.
그러나 이런 조치들은 근본적인 치유책이라고 보기 어렵다.
임기응변식의 대책들은 효과도 의문시될 뿐 아니라 시장 원칙을 무너뜨릴수도 있다는 점에서 바람직하지도 않다.이보다는 에너지 다소비구조를 과감히 개선하고 대체에너지 개발이나 에너지수입선 다변화 등 보다 근본적이고 항구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우리와 비슷한 에너지소비구조를 갖고 있던 일본이 오일쇼크 이후 에너지 효율극대화를 위해 부단히 노력한 결과 지금은 우리보다 3~4배높은 에너지 효율을 갖추고 있다는 점은 깊게 새겨볼 일이다.유가가 급등하면 기다렸다는 듯이 즉각 '차량 10부제' 운운하는 식의 단기적인 전시용 처방들로는 에너지난을 영원히 해결할 수 없다. 구체적이고 근본적인 에너지정책들이 마련되고 흔들림없이 추진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