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철 개통은 환영하지만…서민의 발 통일호 줄어 섭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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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속철(KTX) 상업운행 첫날인 1일 고속철이 정차하지 않는 중간기착역 이용자들은 기존 경부선 새마을 63개 무궁화 69개 열차가 각각 28개 20개로, 호남선은 새마을 16개 무궁화 40개에서 8개 22개 열차로 크게 줄어 많은 불편을 겪었다.
KTX 운행에 따라 일반열차는 서울(용산)∼부산간 운행간격이 20분에서 35분으로, 서울(용산)∼목포ㆍ광주는 1시간10분에서 1시간 30분으로 늘어났다.
이에따라 단거리를 오가던 영세상인들과 회사원 등 승객들은 KTX 운행 첫날부터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대전에서 열차를 이용, 상행선 조치원이나 평택 수원, 혹은 하행선 영동 구미 왜관으로 가던 승객들은 편수가 줄어든 새마을이나 무궁화호 열차를 시간에 맞춰 그냥 타고 다니거나 불편해도 자가용이나 다른 교통수단을 이용하는 수밖에 없다.
열차를 이용, 수원으로 출장길에 올랐던 회사원 윤석희씨는 1일 오전 7시30분 대전역으로 나왔으나 오전 9시9분에 출발, 10시49분에 도착하는 무궁화호밖에 없어 다시 집으로 돌아가 자기 차를 몰고 급히 수원으로 향하기도 했다.
윤씨는 "고속철이 생긴이후 고속철이 정차하는 대도시 주민들만 편해진 셈이 됐다"며 "중간기착역 이용자들은 마치 톨게이트 없는 고속도로를 쳐다보고 있는 느낌"이라고 푸념했다.
경북 영천에 살고 있는 이한의씨(70)도 고속철도 개통이 반갑지 않다.
이씨는 "고속철도 개통이 나쁜 것은 아니지만 서민을 생각지 않는 철도청이 원망스럽다"고 푸념했다.
1일부터 동대구를 거쳐 영천 포항으로 운행하는 대구선 열차 가운데 이씨 같은 노인이나 서민들이 즐겨 이용하던 통일호는 하루 11회에서 4회로 줄어든 대신 새마을호는 하루 4회에서 13회로 늘어났기 때문이다.
경로우대증을 가진 이씨는 지금까지 영천에서 포항이나 대구로 가기 위해 통일호를 이용할 경우 포항은 9백원, 동대구는 6백원에 불과했다.
이 때문에 친구들과 일주일에 한두번은 통일호 열차를 이용해 포항으로 가 죽도시장에서 회를 먹고 집으로 돌아오거나 대구를 찾아 달성공원을 둘러보고 시내 구경도 하는 열차여행이 유일한 즐거움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통일호를 이용한 여행이 어렵고 새마을호는 영천에서 동대구ㆍ포항간 요금이 각각 6천8백원인데다 경로우대요금도 적용되지 않아 유일한 낙이던 열차여행을 중단해야 할 형편이다.
대전=백창현 기자 chbai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