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멤피스의 친구..변도윤 <서울여성.서울여성플라자 대표>

변도윤 "외국에 가서 사는 것은 싫다"고 하던 친구는 거짓말처럼 미국으로 시집을 갔다. 친정 어머니의 병환으로 결혼하고도 일년 동안이나 출국을 미루어 임종을 지킨 다음,한국을 떠나 30여년의 세월을 미국에서 살고 있다. 치매에 시달리던 시어머님을 모셔가 사실 때까지 사랑과 정성을 다했다. 친정 아버님과 또 새로 모신 친정 어머님의 문병을 위해 귀국했을 때도 꼼짝 않고 병원을 지키던 친구…. 종종 전화를 걸어 '꿈이 별로 좋지 않다'고 안부를 걱정해주며,전공을 살려 전문직으로 나아갈 꿈을 접을 수밖에 없었던 친구는 내가 우리 사회에서 여성과 관련한 일을 하는 것이 무엇보다 자랑스럽다고 격려하며 일면 대리만족하고 있다고 말한다. 미국에 배달되는 한국 신문에 나에 관한 기사라도 실리는 날이면 제일 먼저 좋아했고 신나하며,진실로 걱정과 사랑을 함께 나누고 산다. '돈은 남을 위해 버는 것'이라고 말하는 남편과 순수하게 잘 자라준 두 아들이 있다. 거리가 사랑이라는 말도 있지만,때때로 그립기도 하지만,먼 나라 미국 멤피스에 살지만 결코 멀리 느껴지지 않는 것은 마음 속의 진실한 우정을 나누는 진정한 친구이기 때문일 것이다. 며칠 전 나흘간의 바쁜 일정으로 친구가 귀국했다. 조금씩 늘어가는 주름살과 피곤한 친구의 뒷모습에 가슴이 짠해 온다. 노후에는 한국에서 살자고 하면,자기는 이곳에서 살고 싶지만,남편이 잘 적응하지 못할 것 같다는 걱정과 함께 장애를 가진 시동생의 노후를 위해 또 한 번의 희생을 기꺼이 준비하고 있었다. 사람 사는 방법은 사람의 얼굴 모습처럼 다양하지만,인간적 사랑이 묻어나게 사는 방법은 그리 많지 않다. 개인적인 이기심으로 인한 가족간의 불화,무책임 등이 사회문제가 되는 요즈음 착하게 사는 친구가 나는 자랑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