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최선의 선택 .. 최병인 <노틸러스효성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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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후배들에게 인생상담을 해줄 때가 있다.
후배들은 대부분 "A학교에 갈까? B학교에 갈까?" 또는 어떤 직장이 좋은지 필자의 의견을 묻는다.
선택에 있어서 최상의 것을 택하고자 하는 고심을 이해할 수 있다.
이러한 사고는 선다형 문제에 있어서 한가지 답만을 요구하는 수능시험에 익숙해서인지도 모른다.
일전에 수능시험에 2가지 답이 있어서 전국이 시끄러운 사건이 일어났던 것처럼 선택은 항상 한개의 정답만이 인정되는 것이 우리들의 고정관념인 것 같다.
필자는 후배들의 질문에 최선의 선택을 조언해 주지는 못한다.
최선의 선택은 어차피 있다고 믿지 않기 때문이다.
아니 좀더 정확하게는 '다수의 정답'이 존재하고 각각 정답의 '향후 전개'가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필자도 학업을 마치고 인생의 진로를 고민하면서 무엇이 최선인가를 6개월 이상 고민한 적이 있다.
그때는 박사학위를 마치고,공과대학 교수직과 경영 컨설턴트라는 확연히 다른 선택을 해야 했기 때문에 더더욱 고민하는 기간이 길었다.
당시 결론은 '어느 길을 선택할 것인가?'로 고민할 것이 아니라 '향후 어떤 진로에 내가 좀 더 강한 열정을 가지고 그 일에 매달려서 일할 것인가?'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 결과 학부,석사,그리고 박사학위를 통틀어 10년 가까이 공부했던 공학분야 과학자의 길을 포기하고 새로운 분야에 흥미를 더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해서 경영 컨설턴트의 길을 가기로 했다.
기존에 투자한 분야나 논리적 연결고리를 따져보면 공학분야를 택하는 것이 최선의 선택이었는 지도 모른다.
경영분야의 사전 지식이 전혀 없고 경험이 전무한 사실을 감안하면 무리한 도전임에 분명하다.
그러나 10년이 지난 지금의 시점에서 돌이켜 보면 당시의 선택은 최선이었다고 생각한다.
새로운 영역이기 때문에 지난 10년간 더 많이 공부했고,주위의 반대를 무릅쓰고 선택한 나의 결정을 성공으로 만들기 위해 더 많이 노력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신규 분야이기 때문에 기존의 영역에서 얻을 수 있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었다.
최선의 선택은 선택 시점에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그 이후의 과정에서 결정된다고 본다.
그 결정을 성공으로 만들 것인가,아니면 실패로 만드는가는 선택 이후의 얼마만한 노력을 들이는 가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