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건설 살아날까] 파산채권 66%이상 매수 추진

월드스타(WS)홀딩스 컨소시엄의 등장으로 동아건설이 극적으로 회생할 가능성이 커졌다. 파산선고를 받았던 회사가 법정관리로 되살아난 사례는 지금까지 ㈜한양이 유일하다. 한양은 2001년 1월 파산선고를 받았다가 지난해 9월 파산 폐지 결정을 받았으며 지난 2월 보성건설 컨소시엄에 인수됐다. 동아건설이 한양처럼 파산에서 벗어나 성공적으로 재기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 채권매입후 출자전환 WS컨소시엄의 동아건설 회생 프로그램은 크게 두 단계로 진행된다. 우선 파산채권 대다수를 매입해 파산폐지 결정을 얻어내고 이어 법정관리를 신청,채무재조정 등을 통해 회사를 정상화시키는 계획이다. 컨소시엄측은 채무재조정시 출자전환을 단행, 최대 주주 지위를 확보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WS 컨소시엄이 전체 파산채권의 3분 2 이상을 인수하겠다고 한 것은 단 한 번의 거래로 주류 채권자 지위에 올라서겠다는 전략으로 보인다. 현행 파산법상 원칙적으로 파산채권자 전원이 동의해야 파산을 중지할 수 있지만 반대자가 소수일 경우 반대채권에 대해 공탁금을 걸어놓고 파산폐지를 신청할 수 있다. 법정관리의 경우 전체 채권자의 4분의 3 이상이 동의하면 가능하다. 따라서 WS홀딩스는 금융회사들로부터 3분의 2 이상을 사들인 후 추가매집에 나서거나 다른 채권자에 대한 설득작업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최대 변수는 매각가격이다. 채권금융기관협의회가 구성돼 공동매각이 추진되지만 최종계약의 체결여부는 개별 금융회사의 자율적 판단에 맡겨져 있다. 따라서 가격조건이 좋지 않으면 협의회 내에 있는 금융회사라도 매각에 참여하지 않는 곳이 생길 수 있다. 협의회에 들어와 있지 않은 금융회사들의 참여 여부도 역시 매각가격에 절대적인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동아건설 파산관재인이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동아건설의 총배당재원은 6천5백11억원으로 예상배당률은 15.8% 수준이다. 이마저도 △미확정 우발채무 △계류중인 소송사건 패소 △해외공사 클레임청구 △해외공사 수입금의 차질 등 미래에 발생 가능한 손실을 고려치 않고 계산한 것이어서 채권자들이 실제 예측하는 배당률은 이보다 낮은 상황이다. 만약 WS홀딩스 컨소시엄이 예상배당률보다 높은 가격을 제시한다면 문제가 없겠지만 그보다 가격이 낮으면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 매각 성사시 기대 효과 동아건설이 파산에서 벗어나 정상화할 경우 약 1천명에 달하는 종업원들은 실업공포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과거 자회사였던 대한통운도 보증 부담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된다. 대한통운은 리비아 대수로 2단계 공사에 동아건설과 함께 공동책임을 지고 있다. 리비아측은 대수로 공사가 중단될 경우 보증책임이 있는 대한통운에 미이행 손해액 12억달러와 물판매 지연 손해액 1억달러 등 모두 13억달러를 청구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이 때문에 대한통운은 양호한 기업실적에도 불구하고 3자매각을 포기해야 했고 법정관리에서 벗어나지도 못하고 있었다.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한통운은 리비아측과 긴밀하게 물밑 협상을 벌여 왔다. 대한통운은 현재 98%의 공정률을 보이고 있는 대수로 공사를 완료하기 위해 동아건설의 현지 기술진과 장비를 인수, 자신이 직접 공사를 수행하는 조건으로 리비아측의 손해배상 한도를 동아컨소시엄의 리비아 내 자산으로 한정하는 계약을 추진하고 있다고 채권단 관계자는 설명했다. 동아건설이 정상화되면 대한통운은 리비아측과의 협상을 타결짓지 못해도 지급보증 책임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채권단은 "리비아공사의 문제점(손해배상금 청구 등) 해결을 위한 대한통운 단독 인수 협상의 진행상황을 고려해 파산채권의 매각방향을 결정한다"고 밝히고 있어 이번 채권 매각 과정에서 대수로 공사 관련 손해배상 문제를 어떤 식으로든 해결하겠다는 입장이다. ◆ 동아건설 회생 가능할까 WS컨소시엄이 동아건설을 인수할 경우 과연 경영정상화가 이루어질지에 대해 건설업계에서는 다소 회의적이다. 동아건설의 현 상태가 워낙 부실하기 때문이다. 동아건설은 파산선고 당시 1백4개 현장의 공사를 진행했으나 현재는 38곳을 진행 중이다. 이들 공사를 마무리할 경우 어느 정도 수익이 예상된다. 하지만 현재 공정이 98%에 달한 리비아 대수로공사의 경우 받아야 할 공사대금(유보금)은 약 5억달러인데 비해 리비아측에서 13억달러(2000년 기준)를 공사지연 등에 따른 손해배상비용으로 청구한 상태다. 따라서 WS컨소시엄측이 동아건설을 정상화시키려면 우선 리비아측으로부터 손해배상에 대한 대폭 양보를 받아내야 할 것이라는게 건설업계의 관측이다. 김인식 기자 sskis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