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인생] 통증억제 유전자 발견해 듀폰상 받는 신희섭 박사

제3회 듀폰과학기술상 수상자로 최근 선정된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학습기억현상연구단 신희섭 박사(52)는 '뇌박사'로 통한다. 신 박사는 뇌에서 통증을 억제하는 유전자를 세계 최초로 발견하는 등 유전학을 통한 뇌기능 규명에 기여한 공로로 듀폰과학기술상을 받게 됐다. 그는 지난 2월 KIST로부터 '2004년 KIST인 대상'을 받은데 이어 3월에는 과학기술부와 한국과학재단으로부터 '이달의 과학기술자상'을 수상했다. 신 박사는 "그저 연구가 재미있어 열심히 하다보니 좋은 성과들이 나왔다"며 "뇌는 연구하면 할수록 그 신비함에 빠져들게 된다"고 밝혔다. 신 박사는 서울대 의대 재학 때부터 뇌 연구에 남다른 관심을 가졌다. 인간의 무한한 상상력이 주먹크기만한 뇌로부터 비롯된다는 사실이 신기하게만 느껴졌다. 그래서 남들이 선호하는 임상의학 대신 기초의학을 택했다. 그는 졸업 후 유전학을 통해 뇌의 본질에 접근하기로 마음먹고 미국으로 유학,83년 코넬대에서 유전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 후 슬로안-케터링연구소에서 박사후 연구과정과 선임 연구원을 거쳐 MIT에서 생물학과 조교수로 활동했다. 신 박사는 지난 91년 귀국,포항공대에서 생명과학과 교수로 몸 담으면서 생쥐를 이용한 뇌기능 연구에 매달렸다. 생쥐의 뇌에서 유전자를 조작해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지를 관찰한 결과 특정 유전자를 조작했을 경우 불안감이 늘거나 기억력이 향상되는 등 감정과 학습능력에서 변화가 일어나는 것을 확인했다. 그의 연구 과제는 지난 97년 과학기술부로부터 '창의적인 연구진흥과제'로 선정돼 30억원을 지원받기도 했다. 그는 "10년이 넘게 생쥐와 씨름해 얻어낸 성과"라고 털어놨다. 신 박사는 10년간 몸 담았던 포항공대를 떠나 2001년에 KIST로 자리를 옮겼다. 주로 공동연구로 진행되는 뇌연구의 특성으로 인해 다른 연구원들과 접촉하기 쉬운 KIST 쪽이 연구하기가 더 낫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는 KIST에서 화학물질을 통해 유전자와 단백질의 기능을 제어하는 연구 사업인 '케모 인포매틱스'를 총괄하고 있다. "국내 저명한 화학자 및 컴퓨터 전문가들과 협력해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는 "치매 간질 등 각종 뇌질환의 원인을 밝히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뇌를 건강하게 유지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스트레스를 피해야 한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과도한 스트레스는 뇌세포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그는 "머리를 많이 써야 하는 연구자로서 머리를 맑게 하기 위해 노력한다"며 "매일 명상을 하면서 마음을 비우고 스트레스도 떨쳐낸다"고 설명했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