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사실상 무정부상태 .. 곳곳서 총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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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정국이 사실상 무정부상태에 빠져들고 있다.
휴전선언에도 불구, 외국인에 대한 무차별적 납치가 이어지고 저항세력의 산발적인 공격이 계속되고 있기때문이다.
11일 바그다드에서는 미군의 아파치헬기가 피격돼 탑승원 2명이 사망하는 등 곳곳에서 전투가 벌어졌다.
더욱이 미국이 지명한 이슬람 과도통치위원회의 위원과 각료들조차 미국의 팔루자 공세를 비난하며 잇따라 사임하는등 반미대열에 합류,권력공백상태를 초래하고 있다.
휴전선언으로 인해 대규모 전투는 일시적으로 소강상태에 접어들었지만 휴전기간이 끝난후 이라크사태가 어느 방향으로 전개될지 전혀 예측불허의 상황이다.
◆계속되는 외국인 납치=이라크에서 무차별 외국인 납치사건이 계속 벌어지고 있다.
아랍계 알 아라비야방송은 10일 '순교자 셰이크 야신 여단'이라는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았던 한 무장단체가 한국인,일본인,미국인등 30명을 인질로 잡고 있으며 미군이 팔루자에서 철수하지 않을 경우 이들을 살해하겠다고 주장했다고 보도했다.
이들의 주장은 사실여부가 확인되지 않았으며 관련국들은 진위파악에 나섰다.
또 다른 무장세력은 10일 토머스 해밀이라는 미국 민간인을 납치,미군이 이날 오후 6시를 기점으로 12시간 안에 팔루자포위를 풀지 않으면 그를 살해하겠다고 위협했다.
그동안 이라크에서는 일본인 3명을 비롯해 영국인 1명,캐나다인 1명,이스라엘 거주 아랍계 1명등이 납치됐다.
한편 일본인 3명을 납치한 무장단체 '무자헤딘 여단'은 12일 오전 3시까지 이들을 석방하겠다고 발표했으나 약속기한을 4시간여 앞두고 돌연 태도를 바꿔 24시간내 자위대를 철수시키지 않으면 인질중 1명을 처형하겠다고 밝혔다.
알 자지라 방송은 11일 '이라크 저항단체' 명의의 성명을 인용,"무자헤딘 여단은 24시간의 최후통첩 시한을 일본정부에 줬으며 이후 첫번째 인질을 처형하겠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알 자지라는 이 단체가 일본이 군대철수등의 요구사항을 이행하지 않을경우 12시간뒤 다른 인질들도 처형할 것임을 덧붙였다고 전했다.
◆이라크 과도통치위원회 분열=연합군이 지명한 이라크 과도통치위원회(IGC)의 위원과 각료들이 미국의 팔루자공습을 비난하며 잇따라 사임,오는 6월말 주권을 이양받아야할 과도통치위 자체가 붕괴조짐을 보이고 있다.
영국 일간지 더 타임스는 10일 누리 바드란 내무장관과 압둘 바시트 투르키 인권장관등 2명의 과도통치위 각료들이 사임했으며,가지 알 야웨르위원등 4명의 과도통치위원들도 미군이 유혈진압을 중단하지 않으면 사임하겠다고 위협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라크 과도통치위는 시아파 13명, 수니파 5명, 쿠르드족 5명 등 미국이 지명한 25명의 위원들로 구성돼 있다.
박성완 기자 ps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