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國증시] 실적 vs 해외 불안 '갈림길'

기업 실적 호전인가,아니면 이라크 사태의 불안감인가. 이번주 월가는 두 힘의 세력에 따라 방향이 달라질 것 같다. 이번주에는 1·4분기 기업 실적발표가 몰려 있다. S&P 500 지수에 들어가는 기업 중 70개 회사가 실적을 내놓는다. 다우 종목 중에서는 인텔,존슨 앤드 존슨,맥도날드,IBM,씨티그룹,메릴린치,텍사스 인스트루먼츠,펩시코 등이 실적을 발표한다. 시장조사기관인 톰슨 퍼스트 콜에 따르면 1·4분기 기업실적은 전년동기 대비 17% 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례적으로 높았던 작년 4·4분기의 28%보다는 못하지만 비교적 높은 수준이다. 맥도날드 파이낸셜 그룹의 수석 투자전략가인 존 콜드웰은 "기대는 좋은 편"이라며 "기대 만큼 실적이 괜찮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라크 사태가 복병이다. 미군은 수니파 및 시아파 반군으로부터 동시에 저항을 받고 있다. 이들은 미국의 우방국 국민을 인질로 삼아 무차별 반격을 시도하고 있다. 지난주 증시가 부진했던 것도 이라크 파장이었다. 이라크 반군의 저항이 격렬해지면서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증폭됐다. 지난주 다우는 10,442.03,나스닥은 2,052.88로 마감,각각 0.3% 와 0.2% 하락했다. 9일은 예수의 수난일인 성(聖) 금요일이어서 휴장했다.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 서쪽에 있는 팔루자와 카발라에서 갈수록 격렬해지고 있는 미군과 저항군의 싸움만 아니었다면 시장 분위기는 좋았을 가능성이 높았다. 야후의 1·4분기 수익이 작년 같은 기간의 배에 달했다는 소식으로 상승 무드를 탈 수 있었다. 이번주에도 지정학적 불안감이 고조될 경우 기업 실적 발표가 무색해질 가능성이 있다. 이라크 사태가 질곡에 빠져 장기화될수록 미국 정부의 부담은 늘어난다. 5천억 달러에 달하는 재정적자를 악화시키고 그로 인해 금리 상승을 촉발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증시에는 악재다. 던비건 어소시에이츠의 수석 투자전략가인 A C 무어는 "미군이 이라크에 오래 있으면 있을수록 미국 정부의 부담이 늘어난다"며 "이라크 상황은 지속적으로 시장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진단했다. 기업 실적 외에 발표되는 경제지표도 많다. 12일엔 시카고 연방은행이 2월 중서부 제조업 지수를 발표한다. 13일엔 3월 소매판매와 2월 기업재고가 예정돼 있다. 생산및 소비 동향을 동시에 알 수 있는 지표들이다. 14일엔 2월 무역적자와 3월 소비자물가,16일엔 3월 신규주택착공건수,3월 산업생산,미시간대학의 4월 소비자 심리 등이 예정돼 있다. 뉴욕=고광철 특파원 gw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