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를 아끼자] 年10%만 절약하면 車 40만대 수출효과


지난달 31일 석유수출국기구(OPEC) 총회 이후 주춤했던 국제 유가가 이라크지역의 정정(政情) 불안으로 다시 들썩거리면서 한국 경제에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지난해 평균 수출단가(9천5백51달러)를 기준으로 매년 자동차 4백만대 수출 물량(3백80억달러)과 맞먹는 에너지를 수입하는 현실에서 국제 유가의 민감한 가격 변동은 국가 경제 전반에 적잖은 부담을 안겨준다.
현대경제연구원은 국제 유가가 1달러 상승할 경우 우리 경제 성장률(GDP 기준)은 약 0.15%포인트 하락하며 국민총소득(GNI)도 0.6%포인트 가량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교역조건지수도 0.45%포인트 낮아져 경상수지가 8억∼10억달러 악화될 것으로 예측했다.


그렇다고 유가가 떨어지기만 마냥 기다릴 수도 없는 상황이다.
유가의 고공비행이 지속되더라도 큰 충격없이 버틸 수 있도록 에너지 절약을 통한 우리 경제의 저항력을 키우는 것이 급선무다.


에너지 빈국인 한국은 지난해 에너지 소비량의 96.9%를 외국에서 들여왔다.


한 방울의 석유라도 아끼는게 국가와 가계의 경쟁력임은 물론 생존과도 직결되는 문제다.
인접 국가인 일본의 경우도 에너지 빈국에 해당하지만, 부가가치 에너지 원단위(에너지사용량/GDP)가 0.1을 밑돌고 있는데 반해 한국은 0.3에 이르고 있다.


일본이 한국에 비해 에너지를 3배 이상 효율적으로 사용하고 있다는 얘기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도 0.2 수준으로 선진국과 비교해 한국의 에너지 사용이 얼마나 비효율적인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에너지 다(多)소비형 사회의 1차적인 원인은 에너지를 많이 사용하는 한국의 산업구조에 있다.


여기에 '에너지를 물 쓰듯' 사용하는 국민들의 선진국형 에너지 씀씀이는 경기상황에 상관없이 꾸준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의 1인당 연간 에너지소비량(2002년 기준)은 4.11 TOE(석유환산t)로 일본(4.09) 영국(4.00) 대만(3.65)보다 많다.


실제로 지난 1월 산업용 전기수요는 내수 침체로 인한 공장 가동률 저하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0.4% 소폭 증가한데 그친 1백33억kwh를 기록했다.


반면 서비스ㆍ유흥업 등 일반용과 주택용(심야전력 제외) 전기수요는 각각 4.9%, 1.9%씩 늘어났다.


배기량 3천cc 이상 대형 승용차(영업용 제외)의 시장 점유율은 지난 2001년 7.7%에서 작년에는 9.7%로 확대되면서 올해 10%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같은 기간 8백cc 미만 경차의 점유율은 7.7%에서 4.4%로 급감, 대조를 이뤘다.


세계 10위의 에너지소비 국가이자 세계 6위의 석유 소비국이라는 통계 실적은 한국이 경제규모(GDP 기준으로 세계 13위)에 비해 에너지 소비가 얼마나 방만한지를 보여주는 한편 에너지 절약의 필요성을 새삼 느끼게 해준다.


그렇다면 에너지 절약의 경제적 효과는 얼마나 될까.


에너지관리공단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한 해 동안 에너지를 10% 절약할 경우 에너지 순수입 감축 효과는 38억달러에 이른다.


이는 지난해 전체 무역수지 흑자규모 1백55억달러의 21%에 해당한다.


에너지 절약이 무역수지 개선과 함께 국가경쟁력 강화를 위한 지름길임을 잘 보여주는 분석이다.
배성기 산업자원부 자원정책실장은 "고유가가 지속되고 있는 현 상황이야말로 우리 기업과 국민들이 산업 구조조정과 에너지 절약을 실천으로 옮길 수 있는 적기"라며 "에너지 저소비 사회구조로의 전환을 통해 에너지가격 변동에 따른 경제 전반의 부담을 줄여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