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에 강하다] 화장품 : "와! 싸다"…초저가 화장품 '돌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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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화장품 시장의 최대 이슈는 '초저가 브랜드'의 급성장이다.
계속되는 내수 위축으로 소비심리가 꽁꽁 얼어붙으면서 고가 화장품을 덥석덥석 사대는 여성들은 갈수록 줄고 있다.
반대로 품질만 좋다면 값 싼 화장품도 흔쾌히 사용하겠다는 실속파 소비자들은 늘어나는 추세다.
1천~1만원이면 살 수 있는 초저가 브랜드가 불황의 화장품 시장에 돌풍을 일으키게 된 이유다.
'화장품은 비싸야 잘 팔린다'는 고정관념을 깨고 초저가 브랜드 화장품 시장을 개척한 주인공은 에이블C&C(대표 서영필)의 '미샤'.
여성 포털인 뷰티넷(www.beautynet.co.kr)에서 출발한 미샤는 지난해 7월 가맹점 모집을 본격 시작한 후 1년도 채 안 돼 전국에 1백10개 매장을 거느린 중견 브랜드로 우뚝 섰다.
2002년 50억원에 불과했던 에이블C&C의 매출은 지난해 1백50억원으로 3배가 뛰었다.
에이블C&C는 올 연말까지 2백개 매장을 운영한다는 목표다.
미샤의 폭발적인 성공을 보고 초저가 화장품 브랜드 시장에 진출하는 '미투(me-too)'업체들도 속속 늘어나고 있다.
작년 12월 명동에 1호점을 내며 초저가 시장에 진출한 더페이스샵코리아(대표 조경수)의 '더페이스샵'은 반년도 안된 지금 서울 및 수도권,대구 울산 광주 등 지방 대도시에서 51개 매장을 운영중이다.
더페이스샵은 다음달 초까지 10∼20개 가맹점을 추가로 오픈할 계획이다.
롯데백화점 잠실점 등 백화점 중심으로 운영중인 직영점 매장도 현재 6개에서 이달말까지 최소 10개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도도클럽(대표 박종붕)도 지난달 명동·영등포·수원에 '도도클럽' 가맹점을 열며 초저가 화장품 시장에 합류했다.
후발 주자인 도도클럽은 현재 8개 매장을 운영중으로 올해 안에 매장수를 50개까지 늘린다는 전략이다.
◆화장품은 생활용품 인식 전환=에이블C&C의 서 대표는 초저가 시장에 대해 "화장품을 생활 필수품으로 보고 시장을 개척한 게 성공 비결"이라고 진단했다.
감성에 호소하지 않고 가까이 두고 자주 써야 하는 기능성 제품으로 재해석했다는 것.
이같은 인식 전환에는 철저한 시장조사가 한몫했다.
뷰티넷 사이트를 통해 에이블C&C 회원들에게 3천3백원의 택배비만 내면 '미샤' 브랜드의 어떤 제품도 배달해 주고 회원들을 모니터 요원으로 활용,시제품에 대한 고객들의 반응을 여과없이 들었다.
◆포장비·유통마진 줄여 제품 단가 낮춰=미샤 도도클럽 더페이스샵 등 초저가 브랜드 화장품의 공통된 특징은 포장비를 최소화해 소비자의 부담을 줄인다는 것.
미샤의 경우 통상 화장품 매출의 20% 정도를 차지하고 있는 용기·포장비를 4분의 1 수준으로 확 줄였다.
레티놀 등 특수제품을 제외하고는 거의 모든 용기를 플라스틱 소재로 바꾸고 종이상자 포장은 아예 없앴을 정도다.
기존의 복잡한 유통구조를 단순화시킨 것도 눈여겨볼 점이다.
대부분의 화장품 유통구조는 대리점과 소매점을 거쳐 최종 소비자에게 도달한다.
반면 초저가 브랜드 화장품들은 직영점이나 가맹점 형식을 취해 중간 마진을 대폭 줄였다.
그만큼 가격 부담이 적어졌다.
외국 유명 브랜드에서는 10만원을 호가하는 주름방지 크림도 1만원 안팎이면 살 수 있다.
◆초현대식 매장으로 고급 이미지 물씬=값이 싸니 매장 인테리어도 스킨 로션 등을 쌓아놓고 파는 '땡처리' 매장 수준으로 속단하면 오산이다.
매장은 젊은 여성들이 부담없이 와서 모든 제품을 써볼 수 있는 '문화공간'이 될 수 있도록 깔끔하고 예쁘게 꾸며져 있다.
도도클럽에서 마케팅을 총괄하는 양정우 이사는 "초저가 브랜드의 대부분 타깃층은 1318세대와 20대 초중반의 키덜트족"이라며 "인테리어도 타깃 연령층에 맞춰 경쾌하고 밝은 느낌을 줄 수 있도록 꾸미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방실 기자 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