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精子 레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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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자A의 키가 정자B보다 크니 다소 유리하겠군요. 두 정자 모두 막 출발했습니다.
아,정자B가 앞섰습니다. 정자A 주춤거리는군요. 이대로 가면 정자B가 먼저 도착하겠는데요." 아마 이렇게 해설하려나.
영국의 BBC가 디지털 채널을 통해 15일 '정자(精子)레이스'를 방송한다는 소식이다.
4부작 교육프로그램의 공동진행자인 과학자와 코미디언의 정자를 시험관에 넣고 어느 쪽이 더 잘 달리는지 보여준다는 것이다.
성인남자들에게 교육프로그램에 대한 흥미를 일깨우고 운동 등 생활습관이 정자 활력에 미치는 영향을 입증하고자 일정기간 한 사람은 운동하고 다른 사람은 안한 다음 정자를 제공한다고도 한다.
정자는 일단 배출되면 난자가 있는 팽대부까지 18cm 가량 달려 간다.
정자의 키는 보통 0.05mm인데 1초에 자기 키만큼 움직이니까 1분에 3mm쯤 가고,따라서 팽대부에 이르려면 계산상 60분이지만 실제론 그보다 더 필요하다고 알려져 있다.
세계보건기구가 정한 정상 정액은 1㎖에 정자 수 2천만개 이상,운동률 50% 이상이지만 수정이 되려면 1회에 3.5㎖ 이상 배출되고 1㎖의 정자 수가 4천5백만개 이상,그중 60% 이상이 활발하게 움직여야 한다는 게 통설이다.
정자 수도 중요하지만 운동성(활력)이 더 중요하다는 건데 근래 전세계적으로 두 가지 모두 떨어진다고 야단이다.
이유는 분명하지 않다.
공해를 비롯한 환경적 요인도 있고 술ㆍ담배와 약물도 영향을 미치고 내분비계 이상도 작용한다는 정도다.
마리화나를 복용하면 정자가 너무 빨리 움직여 난자를 만나지 못하고 지친다는 것이다.
지나친 배출 또한 좋지 않다고 한다.
비아그라가 임신엔 오히려 불리하다는 설과 일맥상통하는 셈이다.
'정자 레이스'의 결과는 알 수 없다.
운동 및 식생활과 관련있다지만 개인차가 있을 테니까 말이다.
어쨌거나 '정자 레이스'는 제목만으로도 충분히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는 게 틀림없다.
이번 기획은 시청률은 물론 전세계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방송콘텐츠 전쟁과도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국경없는 콘텐츠전쟁 시대를 맞아 장차 어떤 프로그램들이 쏟아질지 궁금하다.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