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삿돈 빼돌려 '펑펑' ‥ '400억 횡령' 카드사 직원의 3개월

우리카드사 직원 2명이 회사 공금 4백억원을 횡령해 해외로 도주한 사건이 공범 박모씨(37)의 검거로 그 전모가 드러나고 있다. 지난 9일 붙잡힌 박씨에 의하면 이들 일당 4명은 3개월간 고급승용차 구입과 도박 등으로 거액을 탕진한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은 "합병 전 혼란스러운 회사 상황을 틈타 회삿돈 수백억원을 자기 돈처럼 쓰고 적발 직전 중국으로 도주했다"고 설명했다. ◆ 택시기사와 승객으로 만나 횡령 공범으로 =경찰에 붙잡힌 박씨가 용의자 오모 대리(32)를 처음 만난 것은 지난해 12월12일. 박씨는 사업과 주식투자에 실패해 영업용 택시를 몰기 시작했고 이 택시에 오 대리가 손님으로 타면서 악연은 시작됐다. 오 대리는 박씨에게 "거액을 투자하는데 시키는 대로만 하면 매달 5천만원을 주겠다"는 제안을 했고 주식에 미련이 있던 박씨는 이 유혹을 뿌리치지 못했다. 박씨는 이틀 뒤 오 대리로부터 직장 상사인 공범 박모 차장(36)과 중학교 동창 김모씨(32)를 소개받았다. 이들은 올 1월말 서울 역삼동에 '에이스 인베스트먼트'라는 유령회사를 설립, 횡령한 40억원으로 기업형 투자를 시작했다. 그러나 지난달 말 40억원을 모두 날리자 박 차장 등은 다시 50억원을 가져왔고 계속해 50억원, 2백억원을 투자금으로 채워넣었다. 박씨는 "출처는 몰랐지만 투자금을 잃으면 바로 수십억원이 들어와 의아했다"며 "모두 날리고 결국 15억원만 남았다"고 진술했다. ◆ 3개월간 돈 물쓰듯 =박씨는 "석달간 7차례 정도 정선 카지노에 갔는데 매번 3백만원을 받았다"고 말해 경찰은 최소한 카지노에서만 수억원을 쓴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출장비' 명목으로 장부에 기재된 카지노 비용만 4억6천만원이었다. 또 횡령자금으로 에쿠스 승용차를 구입하고 한달에 2천만원 정도를 고급 룸살롱 등에서 유흥비로 탕진했다. 이들은 중국으로 도주한 6일 오전 수억원을 갖고 자취를 감췄으며 이 중 2억1천만원을 오 대리가 신고자인 처삼촌에게 생활비조로 건넨 것으로 조사결과 밝혀졌다. 경찰측은 "박 차장 등이 횡령한 돈으로 투자를 해보려다 매번 실패하자 또다시 회삿돈을 빼냈다"며 "3백50억원은 투자에 썼고 나머지 50억원의 용처를 조사중"이라고 설명했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