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형 선박 땅에서도 만든다.. 현대重 이어 대우조선도

'배는 도크(dock)에서 건조한다'는 조선업계의 상식이 여지없이 깨지고 있다. 현대중공업이 '도크 공정' 없이 육상에서 대규모 원유운반선 건조에 들어간 데 이어 대우조선해양도 육상건조 공법을 도입키로 했다. 국내 조선업계가 선박의 육상건조에 본격적으로 뛰어들면서 이를 생산설비 확충으로 간주하는 유럽 및 일본 조선업체들의 대응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임상실험' 완료 현대중공업은 10만5천DWT급 원유운반선 16척에 대한 육상건조에 들어갔다. 이들 선박은 2005년 초부터 2007년 중반까지 러시아 노보십(NOVOSHIP)사 등에 순차적으로 인도될 예정이다. 육상 총조립 공법은 육상에서 선박을 대형 블록으로 제작,대형 크레인으로 들어올려 완전 조립하는 방식. 건조 후에는 선박을 '스키딩 공법'으로 바지선에 실어 공해상으로 이동시킨 뒤 바지선은 잠수시키면서 본선을 진수하는 방식이다. 이 공법은 배는 도크에서 건조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깬 것으로 도크 규모에 따라 제한됐던 수주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획기적인 생산방식이다. 현대중공업은 이미 2000년부터 2002년까지 이 공법을 적용해 해양설비인 34만t급 부유식원유저장설비선(FSO) 1척과 2만7천t급 반잠수식 시추선 2척 등을 제작 건조,사실상의 '임상실험'을 완료한 바 있다. 현대중공업은 이번 육상 선박건조에 기존 도크에 설치됐던 9백t 크레인보다 대형이며 세계 최대인 1천5백t '갠트리 크레인(골리아스)'을 투입할 예정이다. 선박 블록의 대형화를 통해 공기를 단축하는 한편 의장품 부착 단순화로 품질 향상이 예상된다. ◆현대중공업 이어 대우조선도 대우조선해양 고위 관계자는 12일 "설비의 효율적 운영을 위해 선박 육상건조에 나서기로 했다"고 말했다. 대우조선은 지난해 수주한 선박 가운데 6척을 육상건조 공법으로 제작키로 하고 설계작업을 진행 중이다. 대우조선 관계자는 "육상건조는 도크 건조에 비해 5% 정도 생산비가 늘어나는 단점이 있으나 블록 형태로 제작하는 과정에서 유휴 설비를 활용할 수 있어 사업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해양설비 시장이 침체된 요즘 같은 상황에서는 해양시설 제작 인력과 설비를 선박 육상건조에 투입,작업효율을 극대화하겠다는 전략이다. ◆사실상 건조능력 확충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도크가 꽉 찬 상태여서 육상을 이용한 건조공법을 이용하면 선박건조 회전율을 높일 수 있을 뿐 아니라 별도의 도크 확장 없이 작업량에 따라 탄력적인 생산시스템을 운영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사실상 생산능력을 확충한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현대중공업은 연평균 조선 수주 규모가 30억달러 수준이나 지난해에는 1백25척,68억달러어치를 수주한 데 이어 올해에도 지난 2월 말 현재 45척,32억달러어치의 계약을 체결하는 등 쾌조의 수주세를 이어가고 있다. 대우조선도 육상건조를 본격화할 경우 수주를 늘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정태웅 기자 reda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