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증시서 자금조달 안한다


주가 상승에도 불구, 기업들이 증시를 통한 자금조달을 기피하는 양상이 날로 심화되고 있다.


실적호전으로 현금보유량이 늘어난 이유도 있지만, 그보다는 주가관리 배당압력 등의 부담이 그만큼 커졌기 때문이다.
12일 금융감독원과 증권업계에 따르면 기업들의 증시를 통한 자금조달 규모는 2001년 1백조원에 육박해 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한 이후 매년 줄어 지난해에는 외환위기 당시 수준인 72조8천7백억여원으로 급감했다.


올들어서도 이런 현상이 계속돼 지난 3개월간 증시자금 조달규모는 전년 동기 대비 22.3% 감소한 11조1천3백억원에 머물렀다.


특히 기업공개(IPO)를 통한 증시 자금조달 기능의 약화가 두드러지고 있다.
거래소 신규상장 및 코스닥 신규등록 업체 수는 지난 2000년 1백79개에서 2001년 1백69개, 2002년 1백30개로 감소한데 이어 작년에는 79개에 그쳤다.


올들어선 지난 3월까지 14건에 불과한 실정이다.


이에 따라 기업공개를 통한 자금조달 규모는 지난해의 경우 전년의 절반 수준에 머물렀다.
회사채 발행 시장도 해마다 위축되고 있다.


금융채, ABS(자산담보부증권)를 포함한 회사채 발행규모는 2001년 87조원에서 2002년 77조원, 2003년 61조원으로 격감했다.


올들어 3월까지도 전년 동기 대비 30.3% 줄었다.
하지만 기업들이 주가관리를 위해 증시에서 자사주를 사들여 이익소각하는 규모는 오히려 늘고 있다.


상장기업의 경우 이익소각 금액은 2000년 1천6백27억원에 불과했으나 지난해에는 3조7천4백억원으로 급증했다.


올들어서도 벌써 2조2천6백억원을 넘어섰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지난 1997년 외환위기 이후 기업들이 구조조정을 통해 재무구조를 개선해 증시에서 적지 않은 비용을 투입하면서까지 자금을 조달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저금리시대를 맞아 은행 등 간접 금융시장에서의 자금조달 비용이 낮아졌고, 기업들의 설비투자가 줄어든 것도 또 다른 이유라고 설명했다.


정종태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