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 상장ㆍ증자 등 갈수록 감소] 올 자사주 소각 벌써 2兆 넘어


증시가 기업들의 자금조달 창구 역할로서의 의미를 상실하고 있다는 것을 단적으로 나타내 주는 사례가 바로 주식 소각물량 증가다.


보통 기업들은 증시가 활황이면 증자 등을 통해 대규모 자금조달에 나서게 된다.
하지만 최근들어선 이같은 논리가 통하지 않고 있다.


기업들은 오히려 증시에서 자사주를 사들여 소각하는데 열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자금이 풍부한 우량기업일수록 이같은 현상은 뚜렷하다.


삼성전자의 경우 지난해 1조원어치의 자사주를 매입해 소각한데 이어 올해도 2조원 규모의 자사주를 취득, 소각키로 했다.


기아차와 현대차도 올해 각각 1천4백31억원어치, 6백61억원어치씩의 자사주를 사들여 없애기로 했다.
상장사 전체적으로 보더라도 이익소각 규모는 해마다 급증하는 추세다.


지난 2000년 1천6백27억원에 불과했던 이익소각 규모는 2001년 5천6백33억원, 2002년 2조6천1백17억원으로 불어난데 이어 지난해에는 3조7천4백3억원으로 또다시 급증했다.


올들어서도 이달 9일까지 그 규모가 2조2천6백3억원에 달한다.
상장사 이익소각 규모가 급증하는 것은 기업들이 풍부한 유동성 자금을 바탕으로 증시를 통한 자금조달보다는 주식수를 줄여 주가부양에 더 관심을 가지기 때문이다.


게다가 최근 들어선 유상증자를 통한 자금조달 성격도 변질돼가고 있다.


수치상으로는 매년 기업들의 유상증자 규모가 늘어나고 있다.


지난 2002년 7조5천억원에서 지난해 10조원으로 증가한데 이어 올들어 3월까지도 1조6천5백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1백2% 급증했다.


하지만 이는 실적악화로 자본잠식된 코스닥 등록기업들이 사업보고서 제출을 앞두고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유상증자하는 사례가 급격히 늘어난데 따른 것이다.

정종태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