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대량 선물매수 주가 급등 견인

선물과 연계된 프로그램 매수차익거래가 종합주가지수의 급등락을 유발하는 '웩더독 현상(꼬리가 몸통을 뒤흔드는 것)'이 뚜렷해지고 있다. 지수가 900을 넘는 강세장이 연출되고 있지만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을 제외하면 뚜렷한 매수 주체가 없어서 나타나는 부작용이다. 12일 증시에서 종합주가지수가 918.86으로 1.48%(13.42포인트) 급등한 것도 같은 양상이다. 외국인은 현물시장에서의 순매수 규모는 8백91억원 정도 밖에 안됐지만 주가지수 선물시장에서는 8천3백77계약이나 순매수해 3천4백83억원의 기관 프로그램 매수(선물매도+주식매수)를 유발시켰다. 이날 지수선물시장의 순매수 계약건수는 시장개설 이후 상위 18위에 해당하는 규모다. ◆외국인 선물 매수 이유는 이날 외국인이 대량의 선물을 산 것은 크게 두가지 이유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영 서울증권 연구원은 "우선 외국인 투기 세력이 이날 증시 수급상황이 매우 좋았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선물을 대거 샀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 매수차익거래잔고는 6천9백억원에 불과했고 삼성전자는 총 2조원 규모에 달하는 자사주 매입을 시작했다. 외국인이 선물을 사면 '베이시스(선물과 현물의 가격차이) 호전→프로그램 매수 유발→현물(주식)가격 상승→선물가격 상승'의 선순환으로 연결될 것을 노렸다는 것. 지승훈 대한투자증권 차장은 "인텔(13일) IBM(15일) 삼성전자(16일) 등 세계 주요 대형 기술주의 1분기 실적과 함께 2분기 이후 실적에 대한 해당 기업의 평가가 긍정적일 것이라는데 베팅을 하고 외국인이 미리 선물을 사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프로그램에 울고 웃는 증시 외국인의 대대적인 선물 매수는 이날 현물 주식의 급등으로 연결됐다. 프로그램매매가 3천4백82억원이나 유입됐기 때문이다. 특히 선물과 연계된 프로그램 매수차익거래는 사상 최대 규모인 3천6백8억원이나 들어왔다. 반면 지난 9일엔 정반대 현상이 나타났었다. 프로그램 매물이 2천5백억원이나 출회되면서 종합주가지수는 1.25%(11.42포인트) 하락했다. 또 옵션만기일이었던 지난 8일에는 오후장에 프로그램 매수가 유입되면서 지수가 10포인트 가량 급등해 마감되기도 했다. ◆외국인 현물 매수세 커질지 관심 하지만 프로그램 매매는 13일 이후부터는 주가를 하락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점쳐진다. 삼성증권 전 연구위원은 "이날 매수차익잔고가 1조원 수준까지 올라가 추가로 유입될 수 있는 프로그램 매수물량은 많아야 1천억∼2천억원에 불과할 것인데 반해 이날 유입된 3천억원의 프로그램 매수포지션은 선물 베이시스가 조금만 나빠져도 곧바로 매물화되며 증시 하락을 부추길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대투증권 지 차장은 "이번주 주요 기술주 실적발표 과정에서 2분기 이후 전망에 대한 코멘트가 긍정적일 경우 외국인은 이날 매수한 선물을 현물로 교체하는 '스위치 매매'에 나설 수 있다"며 "이 경우 프로그램 매매의 영향력은 크게 감소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이상열 기자 mustaf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