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선물매수 주가 급등

외국인이 12일 선물을 대량으로 사들였다. 이날 거둬들인 8천3백77계약은 사상 18번째에 해당하는 규모다. 반면 현물시장에선 매수강도가 크게 둔화됐다. 8백91억원어치를 사는데 그쳐,지난주 하루평균 3천9백억원어치 매수에 비하면 25%수준을 밑도는 수치다. 이날 종합주가지수가 전주말보다 13.42포인트(1.48%) 급등,24개월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것은 외국인의 선물매수가 프로그램 매수를 발생시킨 결과인 셈이다. 외국인이 선물을 대량으로 사들인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크게 두가지로 분석하고 있다. 첫째 'IT풀베팅론'이다. 미국 인텔과 삼성전자가 이번주에 실적을 발표한다. 어닝서프라이즈를 기대하는 만큼 주가상승을 염두에 두고 풀베팅을 했다는 설명이다. 또 다른 시각은 투기세력이 단기차익을 노리고 들어왔다는 것이다. 선물을 대량으로 사들여 현물과 선물가격을 동시에 끌어 올린 뒤 차익을 얻으려는 전략이란 설명이다. ◆실적겨냥 선취매냐,투기적 거래냐 이영 서울증권 연구원은 "외국인 투기 세력이 이날 증시 수급상황이 좋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선물을 대거 샀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베이시스(선물과 현물의 가격차이) 호전→프로그램 매수 유발→현물(주식)가격 상승→선물가격 상승'의 선순환을 기대한 매매패턴이란 설명이다. 지승훈 대한투자증권 차장은 "인텔(13일) IBM(15일) 삼성전자(16일) 등 세계 주요 대형 기술주의 1분기 실적과 함께 2분기 이후 실적이 좋을 것으로 본 외국인이 미리 선물을 사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심화되는 '왝더독'현상 외국인의 대대적인 선물 매수는 이날 주가급등으로 연결됐다. 프로그램매매가 3천4백82억원이나 유입됐기 때문이다. 특히 선물과 연계된 프로그램 매수차익거래는 사상 최대 규모인 3천6백8억원이나 들어왔다. 반면 지난 9일엔 정반대 현상이 나타났었다. 프로그램 매물이 2천5백억원이나 출회되면서 종합주가지수는 1.25%(11.42포인트) 하락했다. 옵션만기일이었던 지난 8일에는 오후장에 프로그램 매수가 유입되면서 지수가 10포인트 가량 급등했다. 전균 삼성증권 연구위원은 "외국인의 순매수 금액은 물론 절대적 매수·매도금액이 지난 8일 이후 급격히 감소하면서 프로그램 매매가 증시의 주요 수급 주체로 급부상하고 있다"며 "외국인의 현물 매수세가 다시 나타날 때까지 '왝더독 장세'(프로그램물량이 주가를 좌우하는 현상)는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프로그램 매물부담 증가 프로그램 매매는 13일 이후부터는 주가를 하락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점쳐진다. 삼성증권 전 연구위원은 "이날 매수차익잔고가 1조원 수준까지 올라가 추가로 유입될 수 있는 프로그램 매수물량은 많아야 1천억∼2천억원에 불과한데 반해 이날 유입된 3천억원의 프로그램 매수포지션은 선물 베이시스가 조금만 나빠져도 곧바로 매물화되며 증시 하락을 부추길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이상열 기자 mustaf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