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이사회 지금처럼 한다면 외국투자자, 소버린편 안들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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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처럼 SK㈜의 이사회가 제 역할을 다 한다면 외국 투자자들도 구태여 소버린 편만 들려하진 않을 겁니다."
지난 3월 SK㈜ 정기 주주총회에서 회사측과 2대주주인 소버린자산운용측이 동시에 추천해 사외이사가 된 남대우 이사는 "SK㈜ 이사회에 참석해 보니 지금까지 참석해 본 여러 기업의 이사회 가운데 가장 괜찮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무엇보다 토론이 활발하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고 평가했다.
남 이사는 "지배구조가 투명하다면 외국 투자자들도 소버린 쪽만 지지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SK㈜ 이사회를 한국의 재벌들이 모델로 삼을 수 있는 멋진 이사회로 한번 만들어 보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CEO(최고경영자)가 남의 말을 잘 들으면 반은 성공"이라며 "최태원 회장도 이사회에서 말을 아끼는 편"이라고 전했다.
남 이사는 "SK㈜의 최고 의사결정기구는 경영진이 아닌 이사회"라며 "최태원 회장도 10명 이사회 멤버 중 한 사람일 뿐 최종 의사결정권자는 아니다"라고 못박았다.
그는 "SK㈜ 사외이사들이 거수기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겠다"며 "이사회가 활성화돼 과거 재벌식 경영 행태에 제동을 걸 경우 SK㈜는 더 이상 경영권 다툼에 빠지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남 이사는 공직에서 물러난 뒤 직업이 '사외이사'라고 할 정도로 가스공사 조폐공사 대한광업진흥공사 등의 사외이사직과 풀무원 감사직 등을 두루 거쳤다.
특히 회사와 주주들에게 불이익이 된다면 경영진들에게 가차 없이 '불호령'을 내려 '호랑이 이사'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대한광업진흥공사 사외이사 시절에는 북한 정부를 상대로 사외이사의 위력을 보이기도 했다.
계약당사자 명의를 '대한' 두 글자를 뺀 '광업진흥공사'로 해달라는 북한측 요구를 한 마디로 일축,결국 북한 당국의 승복을 받아냈다고 한다.
김병일 기자 k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