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곽 드러나는 사모펀드 활성화 방안] 규제 풀어 거대 외국자본에 대항

정부의 사모(私募)펀드 활성화 방안이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금융회사나 연기금, 기업들이 손에 쥐고 있는 현금을 구조조정이나 은행 민영화 등에 투자할 수 있도록 규제를 최대한 풀어준다는 그림이다. 이달 말께 나올 자산운용법 개편안에는 펀드의 금융회사 지배 허용, 산업자본의 은행지배에 관한 규제 완화 등의 방안도 포함될 것으로 예상된다. ◆ 사모펀드, 왜 활성화하려 하나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는 금융회사 등의 민영화 과정에서 외국자본에 대항할 만한 대형 국내자본을 육성하자는 것이고, 두번째는 투자자들에게 다양한 투자수단을 마련해 주자는 것이다. 1997년 말 외환위기 이후 금융업권별 외국인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6월 말 기준으로 △은행 26.7% △증권 30.7% △생명보험 10.5% △손해보험 2.0%로 늘었다. 그 과정에서 부실 금융회사가 정상화되고 시장 투명성은 제고됐으나 대형 국내자본을 통한 경쟁적 시장구도 형성도 필요해졌다. 금융권에서는 우리금융지주회사, 산업계에서는 대우계열의 대우조선해양 대우종합기계 대우인터내셔널 대우건설 등 굵직한 매물들이 쌓여 있다. 이들 기업 인수에 대한 외국자본의 관심이 커져가고 있어 국내 자본에 불리하게 돼 있는 규제를 풀어 줄 필요성이 시급해졌다. ◆ 걸림돌이 되는 현행 법 현행 펀드 관련 법령들은 불특정 다수의 투자자를 보호하는 공모(公募)ㆍ신탁의 원리에 충실하게 만들어져 있다. 올 초 간접투자 자산운용업법을 제정하면서 펀드 관련 규제를 많이 풀긴 했지만 자기책임하에 투자하는 사모펀드에 대해서는 정부 간섭이 여전히 너무 많다는 평가다. 예컨대 자산운용사 설립 기준이 엄격(자본금 1백억원 이상, 금융감독위원회 허가)해 사모전용 자산운용회사 또는 투자대상별 자산운용사 설립ㆍ합작이 사실상 불가능하게 돼있다. 또 사모M&A펀드는 기업 구조조정용으로 지분을 매입해도 5년 내엔 지분을 반드시 매각해야 한다. 다른 법들도 마찬가지다. 현행 은행법과 금융지주회사법은 펀드가 금융사를 지배하는 것을 원천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또 컨소시엄을 형성해도 산업자본 지분이 4%를 넘으면 컨소시엄 자체를 산업자본으로 간주, 지분의 10% 이상을 매입하지 못하도록 유권해석 등을 통해 규제하고 있다. ◆ 어떤 것을 손대나 정부는 우선 투자자가 자산 운용자와의 개별적인 신뢰 관계 아래 스스로 책임지고 투자하는 사모펀드 원리를 현행 법에 적극 반영할 방침이다. 사모주식투자 펀드의 경우 반드시 회사형일 필요 없이 유한조합 형태도 가능하도록 하고 차입도 허용하기로 했다. 또 사모전용 자산운용사의 금감위 인가제를 등록제로 바꾸고 자본금 요건을 완화하는 한편 산업자본이 투자하는 펀드도 금융회사 투자를 전업으로 할 수 있는 길을 터 주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시장 관계자들은 "자금 차입을 허용하는 정도가 아니라 국내 자본과 외국 자본의 형평성을 높이고 여유자본의 시장참여를 대폭 늘릴 수 있는 과감한 규제 완화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박수진 기자 parksj@hankyung.com ------------------------------------------------------------------------- ( 용어풀이 ) 사모주식투자펀드 =특정 소수ㆍ고액 투자자로부터 장기로 자금을 조달해 전문적으로 기업주식, 경영권 등에 투자하고 경영성과 개선을 통해 고수익을 추구하는 펀드. '민경찬 펀드'처럼 법적 규제를 받지 않는 사모펀드(일종의 사설투자조합)와 다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