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시장도 '외국계 앞마당' 비상

한국자금중개와 서울외국환중개로 양분돼 있는 국내 외환 중개시장에 상반기중 대형 외국계 중개사가 본격 진출한다. 또 연내 2∼3개 외국계 중개사가 더 진입할 전망이어서 국내 외환시장 가운데 특히 외국계가 강점을 갖고 있는 외환파생상품 시장이 크게 잠식될 것으로 보인다. ◆ 외국계 중개사 진출 초읽기 현재 국내 외환 중개시장 진입을 서두르고 있는 회사는 KIDB이다. 이 회사는 국민은행 삼성증권 등 8개 금융회사가 공동출자한 채권중개회사. KIDB는 세계 3대 외환 중개사인 영국계 ICAP와 합작으로 가칭 'KIDBㆍICAP외국환중개' 설립을 추진 중이다. KIDB는 지난 2월 금융감독위원회로부터 외환 중개사에 대한 출자를 승인받고 마지막 단계인 재정경제부 인가만을 남겨 놓은 상태다. KIDB 관계자는 "ICAP로부터 몇 가지 관련 서류를 받아 이달 중 재경부에 인가신청을 낼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최중경 재경부 국제금융국장은 "인가신청이 들어오면 특별한 하자가 없는 한 인가를 내줄 방침"이라며 "현재 KIDBㆍICAP 외에 3∼4곳의 외국계 중개사가 국내 시장 진출을 타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재경부는 연내에 2∼3곳의 외국계 중개사가 추가로 인가받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 토종 중개사들 바짝 긴장 외국계 중개사의 진입으로 국내 외환파생상품 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현물환 중개를 시작하려면 장치 비용만 10억원 이상 드는 데다 시장 규모도 작아 당분간 외국계 중개사들은 현물보다 파생상품에 주력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현물환을 제외한 국내 외환파생시장 규모(선물환 외환스와프 포함)는 지난해 하루 평균 65억7천만달러로 전년(41억2천만달러)보다 60% 늘어나는 등 급속히 확대되고 있다. 국내 중개사들은 그러나 외국계 중개사들이 결국엔 현물환 시장에도 진출할 것으로 보고 대책을 강구 중이다. 재경부도 외국계 중개사들이 현물환 쪽까지 인가를 신청하면 허가할 것이란 입장이어서 국내 중개사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이승일 서울외국환중개 사장은 "싱가포르 등에 포진해 있는 외국계 중개사는 이미 국내 외환파생시장의 80% 정도를 차지할 만큼 경쟁력이 있다"며 "이 회사들이 국내에 중개사를 설립할 경우 시장 점유율이 더 높아질 가능성이 커 다른 외국계 중개사와의 합작 등 다양한 대응책을 모색 중"이라고 말했다.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